30일 열린 구의공원 임시주차장 추진 반대 집회에서 고민정 의원은 ‘협상조정협의회’ 4차 회의부터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이 제기되었다‘며, 협상조정협의회에 지역구 시의원과 광진구청 공무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구의공원 임시주차장이 어떤 경로로 추진되었는지, 추진과정에 광진구와 서울시의원의 책임은 없는지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설치 반대 집회모습 ©디지털광진
|
서울시협상조정협의회에서 지난 9월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제안
‘디지털광진’이 입수한 관련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 신세계동서울PFV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후 서울시공공개발기획단에서는 협상조정협의회 운영에 들어가 22년 10월 6일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23년 9월 8일까지 5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24년 4월 19일 도시관리계획(안) 주민제안서 제출, 도시관리계획결정(안)열람공고(6월 21일~7월 5일)가 진행되었다.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이 처음 제기되었다는 협상조정협의회는 터미널 기능개선, 지역통합연계, 한강중심 공간개편, 공공기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운영되었으며, 서울시 관계공무원과 신세계PFV측 담당자 및 전문가, 그리고 교수, 건축사 등 외부전문가, 그리고 서울시의원 2명(김영옥 서울시의원, 더불어민주당 1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에서는 담당부서 과장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은 협상조정협의회 4차 회의에서 처음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광진구청 관계자는 “4차 회의에서 신세계측 제안으로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설치안이 올라왔다.”며 제안자가 신세계라고 밝혔다. 이어 구청 관계자는 “광진구 입장에서는 이전 ‘홈플러스’ 등의 사례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어 주민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수 등 전문가 위원들이 다른 대안이 없다며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안을 주장했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지난 9월 신세계측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구의공원은 광진구청 소유로 구가 반대하면 임시터미널은 할 수 없다. 구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해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에 대해 광진구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조정협의회에 참여했던 서울시의회 김영옥 의원도 당시 반대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영옥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의공원 건은 협의회 막바지에 나왔다. 저는 당초 구의유수지나 광장동체육부지를 추천했지만 법적이나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제안을 듣고 ‘세양아파트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 명확하다. 이 부분은 신세계 측이 정말 노력해 조정해야 할 것이며, 미리 알려드리고 만나야 한다. 뭔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세계측은 ’알겠다‘면서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했었다.”며 당시 인근주민들의 민원해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은 “신세계가 6가지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은 듣지 못했고, 서울시가 구의공원을 처음 제안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시터미널과 관련해서는 노상에서 할지 대체부지를 어디로 할지 등에 대한 얘기는 많이 있었지만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은 회의 막판에 올라오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회의에서는 주로 어떻게 설계를 하고 교통영향평가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 등이 주요 이슈였다.”며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문제가 협상조정위원회 주요논의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사전에 협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조정협의회 막판에 올라왔고 결정된 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민설명회를 거치면서 부터로 그 전에는 반대주민들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도 몰랐다.“며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협의회 5차 회의가 마무리 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구의공원 재구조화와 구의유수지 방재성능 고도화 등 지역주민 공공기여도 끌어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를 보면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9월에 ‘구의공원 재구조화’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추진을 공식화 한 것으로 불 소 있다. 하지만 당시 구의공원 재구조화가 무슨 의미인지 지역에서는 알 수 없었고 이후 2024년 3월에야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추진이 지역에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며 5월이 되어서야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광진구와 김영옥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협상조정위원회에 참여해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을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이러한 사실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민들과 논의하고 의견수렴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신세계프라퍼티 “대안 검토하고 있지만 구의공원 외에 현실적 대안 쉽지않다”
신세계는 광진구청의 요청을 받아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신세계프라퍼티 사업지원 담당자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터미널부지 1층에 임시주차장을 설치하려 했지만 사업협상과정에서 광역버스환승주차장을 터미널 내에 설치하고 강변북로 직접연결, 우성아파트 일조권과 조망권 확보를 위해 설계를 변경하다 보니 현부지에 임시터미널 설치가 어렵게 되었다. 구의유수지나 광장동체육부지 등 다른 대안도 제안했지만 법률적인 문제 등으로 불가능했다. 협상조정협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소위원회도 수시로 열렸다. 소위원회에서 대안을 논의했고 4차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본회의에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안을 제안했다. 구의공원 임시터미널 공사는 15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후 3년간 운영 후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돌려드릴 계획이었다. 공사가 끝난 15개월 후 부터는 공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무는 표토층을 두텁게 해서 큰 나무도 자랄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광진구로부터 대안을 만들라는 요청을 받고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1~2가지 다른 대안을 놓고 검토 중에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현실적으로 대안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공사는 27년부터 5년간 진행될 예정이지만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은 29년까지 3년만 사용할 계획이다. 동서울터미널 지하 공사가 끝나고 이용시민들의 주민안전이 확보된 후 임시터미널을 현재의 부지로 옮겨 운영하고 건물공사를 계속해 구의공원 이용기간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해결 나서야
5차례의 협상조정협의회가 마무리 된 후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5월 9일 구의3동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3차례의 주민설명회와 수 차례 단지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의공원 임시터미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주민들은 광진구청, 서울시청, 신세계PFV 앞에서 9차례 집회를 개최했으며 아파트단지별로 반대연명부를 광진구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11,612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서울시와 광진구에 전달하는 등 반대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대화를 통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김경호 구청장은 1차례 주민대표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신세계는 구의공원 외에 다른 대안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이며 서울시도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대안마련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고민정 의원과 진보당, 정의당만 적극 나서고 있을 뿐 광진구의원들은 이동길 의원이 한 차례 5분 발언을 한 것 외에는 전면에 나서길 꺼리고 있다. 특히 상당수 광진구의원들은 ‘찬, 반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구민의 대표로 적절한 태도인지 주민들은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인근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사업이 진행되기 힘든 것은 지난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 광진구는 민간투자시설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구의공원 지하주차장을 건립하겠다며 대형할인마트인 ‘월마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구의공원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월마트코리아가 실시협약을 위반함에 따라 협상대상자는 2005년 삼성테스코로 변경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추진 초기인 2001년부터 ‘공영주차장이 아닌 할인마트 주차장’이라며 시위, 서명, 감사원 감사 청구 등 끈질긴 반대투쟁을 벌였고 결국 광진구는 2008년 사업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7년여에 걸친 주민들의 투쟁 끝에 사업은 취소되었고 구의공원은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진구와 주민들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고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과 실시협약 체결은 이후 삼성테스코측의 제소로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행정절차가 진행될수록 주민들이나 서울시, 광진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동서울터미널현대화 사업 전체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책위는 동서울터미널현대화사업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현대화사업 이후 교통난 등을 언급하며 본 사업을 반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와 광진구, 신세계프라퍼티는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