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기 광진구의회 후반기 원구성이 23일 상임위원장 선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파행과 편법이 난무했던 지난 원구성 과정을 되돌아보고 후반기 원구성이 남긴 과제를 점검해보았다.
▲광진구의회가 66일만에 후반기 원구성을 끝내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지난 8월 20일 의장파 의원들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제276회 임시회 개회식 국민의례 모습으로 원구성을 위한 7번째 임시회라는 기록도 세웠다.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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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66일 만에 원구성. 계파로 나뉘어 불신과 갈등 극에 달해
지난 6월 19일 제270회 임시회로 시작된 광진구의회 후반기 원구성은 66일만인 8월 23일 276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마무리되었다. 원구성 기간 동안 광진구의원들은 정당을 떠나 전은혜 의장을 지지한 의장파와 지지하지 않은 비의장파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이어갔으며, 의장 불신임안까지 제출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월 15일 전은혜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되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원구성은 부의장선거와 상임위원장 선거에서도 파행이 반복되면서 지리한 싸움을 이어갔다. 두 계파로 나뉜 의원들은 자신들이 불리하면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거나 의장(임시의장 포함)이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를 속개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회의를 지연시켰다. 또 회의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8월 23일 원구성이 마무리되기까지 광진구의회는 원구성을 위해 7번 임시회를 개최했으며, 1년 60일로 한정된 임시회 회기 중 절반에 가까운 29일(올해 상반기 임시회 2회 16일)을 소비했다. 이로 인해 8월과 10월 두 차례 18일간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회는 전체 회기를 3일 정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원구성 과정에서 숱한 기록도 양산했다. 7차례 임시회 소집도 전례가 없으며, 원구성에 소요된 66일은 지난 2008년 제5기 후반기 32일과 2006년도 제5기 전반기 37일을 훌쩍 뛰어 넘는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역대 의장단 선거의 구도가 기본적으로는 정당간의 대결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의장단 선거는 의장파와 비의장파라는 전례 없는 구도로 치러지며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 것이 장기화의 한 원인이 되었다.
원구성 결과도 전례 없는 일이 많았다. 전은혜 의장은 재적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명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광진구의회 의장 선거에서 재적의원 절반인 7명 미만의 지지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에는 상임위원장을 맡았는가 하면, 동일한 인물이 전,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연속으로 맡기도 했다. 또 나이순으로 상위 4명이 의장과 부의장, 2석의 상임위원장에 당선되었다. 2006년 정당공천이 시행된 이후 의장단이 연령순으로 고령자 4명이 모두 의장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구성에 66일이나 소요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끝내 상임위원장 선거까지 팽팽히 맞서며 후반기 광진구의회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아울러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원구성이 남긴 과제, '절반이하 지지 받은 의장과 불신임, 화합, 선출제도 개혁‘
전은혜 의장은 전체 14명의 의원 중 절반도 안 되는 6명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어부지리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만큼 기반이 취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전은혜 의장은 취임한지 1개월도 안되어 불신임안이 제출되는 기록을 남겼다. 불신임안이 정당한 것인지는 평가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통과될 경우 일단 직무가 정지된다는 점이다. 불신임안은 재적의원 14명 중 8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전은혜 의장에 표를 던지지 않은 8명이 존재하고 아직도 몇몇 의원들은 공공연히 불신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은혜 의장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노조가 ‘갑질사건’에 대한 진심어린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선전물 배포, 1인 시위, 현수막 게시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전은혜 의장이 해결하거나 안고가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둘로 갈라진 의원들간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야 할 과제도 있다. 원구성 과정에서 양 계파의 의원들은 극심한 갈등을 빚었으며 감정적인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상임위원장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추윤구 복지건설위원장은 ‘전은혜 의장 불신임을 관철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선소감에서 의장 불신임을 언급한 추윤구 의원의 행동이 적절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후반기 광진구의회가 험난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의원들이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갈등을 빚거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적인 대립은 합리적인 의정활동을 저해하며, 구민을 위한 의회의 존재이유를 망각하는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양계파가 현재의 구성원으로 계속 이어질지 정당별로 다시 헤쳐 모일지, 아니면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원구성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후반기 의회는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의회로 기록될 수도 있다.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임시회에서 선출하게 될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장과 추경안 심사를 위한 예결특위위원장 선출은 후반기 의회운영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의장단 선출 방식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의 교황식 선출방식(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고 14명 의원 모두가 후보이자 유권자가 되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실제로는 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의원들간에 사실상 지지후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다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 사실상 후보는 정해졌지만 후보를 검증할 기회가 없는 교황식 선출방식은 비공식적인 표 모으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으며, 후보에 대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금품수수’ 의혹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높다.
교황식 선출방법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사전등록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전등록제'는 사전에 자리별로 후보 등록을 하고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세모으기가 아닌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의장단 선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의장선거에서 탈락되면 다시 부의장에 출마하고 부의장에서 탈락하면 상임위원장에 출마하는 불합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선횟수와 연령을 우선하는 현재의 규정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의장단 선출에서 부의장선거와 상임위원장 선거는 모두 7 대 7 동률을 이뤘고 그 결과 부의장과 기획행정위원장, 복지건설위원장은 당선횟수로, 의회운영위원장은 연령우선으로 당선자를 가렸다.
당선횟수를 우선하는 것은 의정경험을 높이 산다는 측면에서, 나이우선은 사회적경험이나 연륜, 연장자에 대한 대우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광진구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무조건적인 당선횟수 우선과 나이우선은 인물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를 원천봉쇄하였고, 자신이 속한 계파의 승리만이 의장단선거의 목표가 되는 불합리를 낳았다.
초선이라고 해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선이라고 의정활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또 나이가 젊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나이가 많다고 더 합리적인 사고를 갖는 것도 아닐 것이다. 특히 이번 의장단 선거처럼 지도력이나 의정활동 역량, 인품을 중심에 두지 않고 세모으기나 당선가능성만을 본다면 당선횟수나 나이는 불합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의장부터 상임위원장까지 사전등록제를 시행한다면 어느 정도 불합리를 극복할 수 있지만 여전이 당선횟수와 나이를 우선하는 규정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선횟수 우선의 경우 재선 이상은 조례발의건수나 구정질문 등 이전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평균이하일 경우 우선권을 주지 않는 방식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 우선은 제비뽑기 등의 방식으로 연령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의정활동 평가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도 있으며, 제비뽑기는 이번처럼 젊은 초선의원들이 당선횟수나 나이에 밀려 후보조차 되지 못하는 불합리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의장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꽝진구의회 내부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변칙적인 파행운영을 막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광진구의회 후반기 원구성은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장면의 연속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한 자리싸움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의 이기적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리싸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구의회를 향한 구민들의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파행으로 얼룩진 후반기 원구성을 되돌아보고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