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후반기 의장단 선거 이후 지속되어 온 의장파와 비의장파의 갈등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행정사무감사 기간에도 수시로 언쟁을 벌였던 의장파와 비의장파 의원들은 27일 광진구청장의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김강산 의원이 비의장파 의원들의 각서를 공개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너간 듯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
▲ 27일 열린 2차 본회의에서 김강산 의원이 비의장파 의원들의 각서를 공개하며 비의장파를 비판하고 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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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산 의원이 공개한 각서는 의장선거가 끝난(7월 15일) 직후인 지난 7월 17일 비의장파 의원들이 작성하여 서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내용은 ‘광진구의회 의원 8명이 후반기 의회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부의장 및 상임위원회, 윤리위원장까지 한 뜻으로 가는 것에 동의합니다. 기타 후반기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뜻으로 간다. 8명은 아래와 같이 서명한다.’고 되어 있다. 서명에는 비의장파 의원 8명(추윤구, 고양석, 신진호, 김상배, 김상희, 장길천, 고상순, 최일환)이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부의장 선거를 전후 해 장길천 의원이 의장파로 돌아섰고 이날 김강산 의원을 통해 본인이 소지하고 있던 각서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기사추가-이와 관련 기사가 게제된 후 장길천 의원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22일 김강산 의원에게 각서를 보여준 것은 맞다. 그때 각서를 전해준 것은 아니며 김 의원이 사진을 찍어 공개한 것이다. 공개를 해도 제가 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공개를 만류했지만 김 의원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발언이 끝난 후 항의했다."며 각서가 공개된 경위를 밝혔다.)
이에 앞서 각서를 먼저 언급한 것은 비의장파의 추윤구 의원이다. 추윤구 의원은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교통건설국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장길천 의원이 두 번이나 본인이 공무원을 질타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며 불쾌감을 표한 후 “8명이 갑질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모처에 가서 단합대회를 하고 배신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 그런데 배신했다.”며 장 의원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각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다. 이에 이동길 의원 등은 ‘자리 차지하려고 단합대회에 가서 각서를 썼다는 말 아닌가.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의장파 의원들은 이날 각서를 공개할 것을 논의했지만 행정사무감사 기간임을 감안해 다음으로 공개를 미뤘고 이날 공개가 이루어졌다.
김강산 의원 각서 공개하며 ‘결국 자리를 위한 투쟁이었나?“
27일 2차 본회의에서 김경호 구청장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먼저 민주당 원내대표인 장길천 의원은 5분 발언을 신청해 ‘교섭단체의 목적과 기능, 지원’ 등을 언급하며 내년도 예산심의에 앞서 정당간의 사전조율이나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5분 발언을 하고 있는 장길천 의원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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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천 의원의 5분 발언에 이어 김강산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비의장파의 각서를 공개하면서 비의장파, 특히 추윤구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강산 의원은 “요 근래 저는 발언을 아끼며 소원해진 의원들과도 먼저 인사하고 손을 내밀려 노력했다. 그것은 선출직 공인으로서 지역 일을 잘 돌보고 의원들과 소통하며 잘 해 보려는 성찰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후반기 의장선거에 불복하고 어떻게든 의장을 불신임하기 위해 사사건건 트집 잡기를 하고 있다. 또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동료의원에게 온갖 폭언을 하며 비난하고 있다. (각서를 공개하면서) 제가 일전에 밀약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동료의원들은 그런 적 없다고 저에게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이것이 밀약 아닌가. 지난 회의 발언 중에 동료의원이 갑질의장을 불신임하기로 하고 각서를 썼다고 했는데 그것은 이것과 다른 내용의 각서인가. 아니면 또 다른 각서가 있는가?. 각서를 보면 부의장, 상임위원장 세 자리, 구성도 안 된 윤리위원장 자리까지 여기 8분의 의원들이 나눠가진다고 약속하였다. 결국 자리를 위한 투쟁이었나?. 이것은 전은혜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각서를 썼으니 협치를 위해 전은혜 의장과 나머지 의원들이 노력했음에도 대화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그간 여기서 이탈한 동료의원에 대한 공격이 왜 이리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지역에서 선출된 의원이 다른 상황에서도 같이 간다는 게 의원으로서 맞는 것인가?. 그럼 나머지 6명의 의원들은 무기력해져야한 하는 것인가?”라며 각서를 작성한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어 김 의원은 “6선 의원님(추윤구 의원)은 의회와 지역의 큰 어르신으로 건강도 안 좋으신데 이제 그만 욕심을 버리고 후배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부터라도 서로 소통하면서 구민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의정활동을 하자.“라며 추윤구 의원을 겨냥했다.
김강산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추윤구 의원은 즉각 신상발언을 요청하였지만 전은혜 의장은 이를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란 속에 다른 의원들의 신상발언 요구가 빗발치자 전 의장은 이동길 의원에게 먼저 발언기회를 주었다.
▲ 김강산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추윤구 의원은 의장석까지 다가가 신상발언을 신청했지만 전은혜 의장은 눈길조차 주치 않은 채 회의를 산회하려고 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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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전은혜 의장은 이동길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권을 주었다. 이동길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추윤구 의원이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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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길 의원은 “각서를 쓴 날이 17일이다. 7월 15일 의장선가가 끝났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누차 잘잘못을 떠나 사람이라는 것은 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욕심이 다 있다. 더 이상 그런 것을 갖고 맞네 안 맞네 그걸 떠나 협치 하면서 잘 가자는 것이다. 업무추진비(사용과 관련한 문제)도 의원들끼리는 알아도 내부적으로 쏘면(문제를 지적하면-편집자 주) 안 된다. 좀 전에 청장님이 내년 예산을 말씀 하셨다. 여기에 집중하고 덮어주자.”며 이 선에서 논쟁을 그치자고 말했다
추윤구 의원, ‘시정연설 날 각서 공개해야 했나. 원인은 독단적 의회운영‘
이동길 의원의 발언 후 다시 신상발언을 신청해 발언권을 얻은 추윤구 의원은 “오늘은 청장님이 시정연설을 하는 날이기에 예우차원도 있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런 발언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지나친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몇 말씀 드리려고 한다. 아까 6선 의원 얘길 했는데 그 부분은 감수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가. 규정에 맞지 않게 독단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어 말로는 안 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의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며 광진구의회가 존경받고 위상이 정립되어야만 의회역할을 할 수 있다. 상식에 어긋날 일을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말로 제재가 안 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어제) 예산안 사전설명회는 예결위원장이 진행할 것을 의장이라는 사람이 진행하려 했기에 이것을 바로잡자고 한 것이 무슨 잘못인가?. 6선이 무엇을 잘 못했는가?. 똑바로 배워 공부하고 질문하면서 그 안건에 대해서는 안건대로 질문해야지 질문하나 하지 않고 남이 얘기하면 트집 잡고 소란이나 일으키고 한 것이 의원의 자격인가. 김상산 의원은 질문은 몇 개나 했나? 질문을 몇 개나 했어. 어디서 6선 의원 운운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는가. 하여튼 의회는 의장을 잘못 뽑아 이런 일이 있는 것이다. 오늘 같은 5분 발언, 신상발언은 안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추윤구 의원의 신상발언 도중 서민우 의원(사진 왼쪽)은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여러차례 외치며 발언대로 다가가 발언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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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구 의원의 발언 도중 서민우 의원은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며 발언대로 나가 항의했고, 비의장파 의원들은 발언을 막지 말라며 항의하는 등 고성이 오가며 소란이 일었다. 이에 전은혜 의장은 곧바로 산회를 선포해 추윤구 의원은 더 이상 발언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의회가 산회된 후에도 의장파와 비의장파의 설전은 이어졌다. 신진호, 최일환 의원 등 비의장파 의원들은 ‘시정연설 하는 날 이런 5분 발언과 신상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했나’를 따졌고, 이동길, 김강산 의원 등 의장파 의원들은 ‘의회직을 나눠먹기 위한 각서를 쓰는 게 잘 한 것이냐’고 맞서 한동안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 본회의가 끝난 후 의장파와 비의장파는 의원석 곳곳에서 큰 소리로 설전을 벌였다. 퇴장하던 김경호 구청장이 추윤구 의원을 만류하기도 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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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갈등, 광진구의회 회복불능으로 가나?
의장단 선거이후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지면서 9기 후반기 광진구의회는 점차 회복불능의 상태로 가고 있다. 본회의 때마다 양 계파로 나뉜 의원들은 의원연구모임도 따로 진행하고 있으며, 워크숍, 간담회도 따로 열고 있다. 조례안을 심의할 때도 계파별로 대립하는 모습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의원발의 조례안 심사 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식사도 계파별로 따로 따로 하는 등 반목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위 위원장 선거도 계파에서 정한 후보에 사실상 무조건적인 투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김강산 의원이 폭로한 각서는 존재 자체로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의회직은 비밀투표로 선출되며 특정 의원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당연히 14명 의원들의 뜻을 모아 선출해야 하며 누가 누굴 뽑았는지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계파를 위한 선출이 아닌 광진구의회와 광진구민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비의장파의 각서는 누가 어떤 직을 맡는지, 각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책임을 물을지도 명시하지 않아 일반적인 각서로서의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의회직 선거과정에서 각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서를 작성했다는 자체만으로 비난 받아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비의장파 의원들은 서명까지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각서까지 공개한 장길천 의원을 신의를 저버렸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의장파도 의회직 선출에 앞서 표 단속을 하고, 누굴 뽑을지 사전에 약속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에서 각서를 작성했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빼면 양쪽 모두 계파에서 정한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했다는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본회의가 끝난 후 설전을 벌이는 의장파와 비의장파 의원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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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혜 의장의 편파적인 회의 진행도 비의장파의 불만을 사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김강산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는 동안 비의장파 의원들은 별다른 대응 없이 발언을 들었다. 그럼에도 의장파인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난 직후 비의장파인 추윤구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상발언을 신청했지만 전은혜 의장은 이를 무시하고 발언권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회의를 끝내려고 했다. 비의장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나중에 발언권을 주었지만 추윤구 의원이 발언하는 도중 서민우 의원이 발언대까지 나와 거세게 항의했음에도 제지하지 않았고,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자 추 의원의 발언도중에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했다.
‘광진구의회 회의규칙’에서는 ‘의원이 발언하고자 할때는 미리 의장에게 통지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의장은 의제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긴급히 처리할 필요가 인정되는 것은 즉시 하가하고 그 외의 것은 의장이 그 시기를 정한다.(33조). ‘발언은 그 도중에 다른 의원의 발언에 의하여 정지되지 아니하며 산회 또는 회의의 중지로 발언을 마치지 못한 때에는 다시 그 의사가 개시되면 의장은 먼저 그 발언을 계속하게 한다.(35조)’고 되어 있으며,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 받은 발언성질에 반하여서는 안되며, 이 규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의원에 대하여 주의를 주거나 발언을 금지시킬 수 있다(36조)’고 되어 있다.
회의 규칙에 따르면 발언권을 주거나 중간에 발언을 끊는 것은 회의를 책임지고 있는 의장의 고유권한이라 할 수 있지만 이 것도 공정한 회의진행이 전제되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의원들의 개별 발언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만큼 욕설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언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정을 기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김강산 의원의 발언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는지도 논란이다. 이날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구청장의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소집되었고 집행부 공무원들도 다수 참석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였다. 비의장파 의원들은 ‘구청장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필요하고 시급하지 않은 문제인 만큼 의회 내부의 일로 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 반면, 의장파 의원들은 ‘의장 선거결과에 불복하고 있고 의회직을 나눠먹기 위한 각서를 작성한 행위는 심각한 문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날 내년도 구정운영 방향을 밝힌 김경호 구청장의 시정연설은 의회내부의 갈등에 묻혀버렸고, 시정연설이 끝난 후에도 공무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의원들의 비생산적인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각서의 내용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날 김강산 의원이 각서를 공개함에 따라 의장파와 비의장파의 간극은 더욱 벌어져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사사건건 감정싸움을 벌이던 양 계파는 사실상 전면전 상태로 돌입한 모양새며 관계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갈등의 책임에서 14명 의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반기 의장단 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의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고 회기 때마다 신상발언,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불신임을 언급하고 있는 비의장파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보긴 힘다. 특히 14명 의원들의 대표로 의회를 원만하게 이끌어야 할 전은혜 의장의 책임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양계파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구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에도 여러 차례 불필요한 논쟁으로 감사시간을 소비하기도 했으며 27일 열렸던 예산안 사전설명회도 회의진행 주체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다 산회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당장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굴 위한 구의회인지, 의원들은 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