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2023년 한국방송공사(KBS) 예•결산 승인안을 심사•의결하는 자리에서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과거 KBS사측과 노조측이 방송법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작성된 단체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파기한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방송법 제4조에 근거해 편성규약에 명시된 단체협약 사항 중 하나인 임명동의제 절차를 무시하고 박민 사장은 5명의 국장(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1,2국장, 라디오제작국장)을 불법적으로 임명해 여전히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2022년 KBS사측과 노조측은 법률에 근거해 단체협약서를 작성했다. 헌법과 노조법에 근거해 작성한 단체협약은 법적효력이 발생한다. 그 중 주요 내용으로 손꼽히는 임명동의제는 주요 보직자를 임명하기 전 구성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한 제도이다.

그러나 박민 사장은 단체협약 사항을 불법적으로 무시하고 주요보직 국장 5명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임명동의제는 사장의 인사권 침해다”,“외부법률자문 결과, 방송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헌 의원실에 KBS가 제출한 외부법률자문(로펌 2곳, 법학교수 2명)에 따르면, ‘이사회 의결없이 임명동의제 도입 권한 여부’가 주요 쟁점이며 방송법에 근거해 국장임명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사장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방송법과 KBS정관 및 인사규정에 임명동의제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이사회 의결사항이며, 이사회 의결없이 임명동의제를 도입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추가로 인사권과 관련해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과거 법원 판례들을 명시해놓았다.

그러나 이정헌 의원은 이는 명백히 논리 모순이며 전제조건을 생략한 엉터리 자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민 사장은 임명동의제가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방송법 제4조에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현재 KBS방송편성규약에 임명동의 세부사항은 2019 단체협약을 따라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9 KBS 단체협약서를 확인한 결과, 임명동의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민 사장은 방송법 제4조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으며 KBS 노조는 방송법 제4조를 준수하기 위해 단체협약사항이라는 수단을 통해 다시 한 번 명시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이정헌 의원의 주장이다.

방송법 제4조 제4항에 근거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해야하며 제정된 방송편성규약을 KBS 사장은 따라야할 법적의무가 있다. KBS 직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하고 KBS 정관에 근거해 직원의 임면은 KBS 인사규정으로 정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에 근거해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함에 따라 KBS사측과 노조 간 맺은 단체협약 사항이 우선시 된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는 법령과 이사회 심의•의결사항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보장받는 단체협약 사항이 별도로 이사회 심의•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이사회 심의•의결이 필요하지 않음과 동시에 단체협약에 명시된 내용은 헌법과 법률에 보호를 받아 마땅히 따라야 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KBS가 요청한 법률자문요청에 외부로펌 및 법학교수들이 예시로 든 법원판결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아 변경하려는 시도들에 한정해 무효라고 결론 내린 판례들이다.

즉, KBS사측과 노조 간 맺은 단체협약 내용 중 임명동의제는 앞선 판례들처럼 이사회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위법우선의 원칙을 근거로 방송법에 의거해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에 따라 합법적으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인 것이다.

박민 사장의 이와 같은 행보는 KBS의 신뢰도 추락과도 연결되고 있다. 최근 시사IN에서 한국갤럽조사연구소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는 MBC(25.3%)이며 다음으로는 KBS(8.5%)이다(#붙임1_최근 5년간 언론매체 신뢰도 추이) 2024년 18.7%였던 MBC는 올해 25.3%로 6.6%포인트 상승했지만 2024년 14.2%였던 KBS는 올해 8.5%로 5.7%포인트 하락했다.

▲ 최근 5년간 언론매체 신뢰도 추이  © 디지털광진

현직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협회보가 진행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여론조사(본인 소속사를 제외하고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에서는 MBC와 연합뉴스가 1,2위를 차지했다. KBS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이는 KBS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엄청난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다음으로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 조사에서 KBS는 2023년 1.3%에서 2024년 7.1%로 5.8% 상승해 전년도대비 5배 이상 상승해 기자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공영방송으로 몰락했다.

▲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 디지털광진

▲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  © 디지털광진

이에 대해 이정헌 의원은 “박민 사장은 명백히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방송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명동의제를 실시해야한다”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KBS의 신뢰도를 하루속히 회복해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방송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입장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