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진행되었던 광진(을)후보자 선거방송토론회에서는 지하철 2호선 지하화 공약을 놓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오신환 후보는 ‘고민정 후보가 4년 전 약속했지만 이행된 것이 없다.’며 공격했고, 이에 고민정 후보는 ‘오신환 후보는 관악에서 3선을 하는 동안 난곡선 조기착공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며 반격하는 등 토론회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하철2호선 지하화는 광진구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단골공약이었다. 지하철2호선 지하화 공약의 역사와 현재 진행상황을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공보와 '디지털광진' 기사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 건대입구역에서 구의역 방향의 지하철 2호선 교각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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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대부분의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
지난 1984년 완전 개통된 서울 지하철2호선은 서울을 원형으로 순환하는 길이 48.8km 본선과 성수~신설동(5.4km)구간의 성수지선과 신도림~까치산(6.0km) 구간의 신정지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본선은 한양대역에서 잠실나루에 이르는 12.6km구간을 비롯해 당산-당산철교, 신대방-대림 구간이 지상철이고 나머지 구간은 지하철로 되어 있다.
광진구에는 건대입구역과 구의역, 강변역 등 3개의 역이 있다. 지상철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불편이 있으며, 교각은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에서는 오랜 기간 지하화 요구가 있었다.
광진구의 각종 선거에서 지하철 지하화가 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 공직선의 공약으로 발표된 것은 정확하지 않으며, 디지털광진 기사와 역대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다.
200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와 광진구청장 선거에서 ‘지하철 지하화’ 공약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빠뜨린 적이 거의 없었다..
먼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된 열린우리당 김형주 후보는 출마 당시 ‘지상철 지하화를 우선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한나라당 유준상 후보도 ‘지역내 지상철을 지하철로 만드는 2010 광진 뉴서브웨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2호선 지하화 추진을 공약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강남북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2호선 지상철 구간의 지하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고, 한나라당 박명환 후보도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을 서울시와 협의하여 중장기 개발계획으로 지하화 하겠다.’고 공약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지하화 공약은 이어졌다. 당시 민주통합당 추미애 후보는 ‘2호선 지상국간의 지하화가 서울시 도시계획 및 교통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미애 의원은 2016년 의정보고회에서 ’2호선 지하화와 관련한 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며 추진경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19대에 이어 ‘지하철 2호선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도 ‘지하철 2호선 지하화 로드맵 마련’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2020년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는 ‘한양대역-잠실나루역 지하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 및 도시재생전략 검토’를 약속했고,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 역시 ‘서울공통공약으로 서울지하철 땅 밑으로, 땅위 일부는 공원과 4차 산업 메카로 조성’을 공약했다.
2호선 지하화 공약은 광진구청장 선거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2010년 진행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김기동 후보와 무소속 정송학 후보가 지하철지하화 공약을 했다. 김기동 후보는 2014년 선거에서 ‘지하철2호선 지하화를 서울시 중장기 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추진경과를 밝혔다.
2014년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서에서 민주당 김기동 후보는 지하철지하화 추진을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속적인 추진의사를 밝혔고, 새누리당 권택기 후보도 ‘지하철 2호선 지중화계획 수립 및 주변지역 피해저감대책’을 공약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선갑 후보는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잠실역 지상구간 지하화 타당성 연구용역 통해 추진근거 및 방안마련’을 약속했으며, 전지명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놨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선갑 후보는 ‘지하철2호선 지하화를 서울 204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했다’며 지속적인 추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경호 후보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경험을 살려 지하철 2호선 지하화의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2호선 지상구간의 소음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당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도 공식선거운동 하루 전날 김경호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성동, 광진, 송파 3개구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로부터 ’지하철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건의문‘을 전달받고 “지하철 2호선 지하화는 2년 전 총선에서도 공약한 바 있다. 시장직을 수행하게 되면 더욱 더 깊이 연구하여 빠른 시일 내에 실행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 서울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사진의 붉은 선)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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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마련 방안 없지만 ‘서울시2040 도시계획’ 포함은 성과
20년 가까이 공약으로 제시되었지만 지하철2호선은 여전히 지상철로 남아있으며, 언제 공사에 들어갈지, 공사는 가능한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전혀 진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이 재직하던 지난 2015년 3월 도시의 단절, 토지이용 효율, 도시경관 저해, 소음진동으로 인한 민원 등 지역균형 발전과 도시 성장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도시철도(2호선) 지상구간의 지하화에 대한 시 차원의 정책 방향 구상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히며 4월부터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 지상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김선갑 구청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서울시장을 면담하고 지하철 2호선 지하화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서울시의 핵심정책 연구과제로 착수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광진구 재정 및 지하철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사업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다. 아울러 광진구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잠실 지상구간 지하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2호선 지하화 반영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2022년 3월3일 발표된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 ‘지상철도 지하화’ 계획이 포함되었다. 광진구 구간은 강변역~구의역~건대입구역 정거장 3개소 3.8km으로 서울시는 단계적으로 지상철도 지하화를 추진하여 가용부지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공공기여 등을 활용하여 공공재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서울시2040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될 당시 만들어진 2호선 지하화가 이루어졌을 경우를 예상한 건대입구역 일대 조감도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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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2호선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 걸었던 김경호 구청장도 취임 초기부터 지하철 지하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김경호 구청장은 2023년 10월 성동구-송파구와 ‘도시철도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공동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3개구가 함께 지하철 지하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23년 7월에는 서울시의회에 ‘지하철도 지하화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갔으며 광진구에서는 3선거구 출신 국민의힘 김영옥 의원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도시철도는 빠져있어 2호선 지하화를 위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하철지하화를 두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민정 후보는 ‘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1호 법안으로 서울 지상철 구간이 포함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지하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오신환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는 즉시 정부와 서울시, 기초단체가 참여하는 ’기금분담패키지 딜‘에 나서 ’2030년에는 첫 삽을 뜨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대부분의 선거에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이 사업은 한양대역에서 잠실나루역에 이르는 12.6km구간을 지하화 하는 것으로 추정 예산만 3조원이 넘어 서울시에서도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든 사업이다. 일부에서는 3조원이라는 예산을 지하화에 쓸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호선 지하화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당분간 향후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와 구청장 선거에 공약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지하화를 하겠다는 공약은 예산마련이나 공사기간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 사업은 기초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서울시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회에서 법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다면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 서울시장, 광진구청장, 국회의원 모두 2호선 지하화에 별다른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해 나갈 때 지하철2호선 지하화는 현실로 다가 올 수 있다. 광진구 출신 정치인들의 상호협력과 구체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