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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다 >
백희나 지음/ 책읽는곰/어린이책과 노닐다 김희진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22/08/25 [07:09]

책의 표지에 개 한 마리가 지긋이 정면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눈웃음을 짓고 있는 듯도, 뭔가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위에 나는 개다라고 커다란 손글씨체로 써있다. 직접 쓴 게 틀림없다는 듯 개 발자국까지 옆에 찍혀있다.

 

 

▲ 백희나 작가의 '나는 개다'  © 디지털광진

백희나의 전작 < 알사탕 >을 읽은 이라면, 이 개가 주인공 동동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던 늙은 개 구슬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 나는 개다 >< 알사탕 >의 이전 시기를 보여 주는 프리퀄, 태어나서 젖을 떼자마자 엄마와 떨어져 이 집에 보내진 구슬이가 어린 동동이와 어떻게 가족이 되어가는 지를 구슬이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다.

 

구슬이의 엄마인 슈퍼집 방울이는 해마다 많은 새끼를 낳은 이 구역의 왕엄마다. 얼굴도 냄새도 희미하지만 이 동네의 수많은 형제자매들은 밤마다 열심히 하울링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한다. 비록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도 가족이니까. 그런데 정작 구슬이의 진짜 가족은 이 집에 있다.

 

아침이 되어 아부지와 동동이가 나가고 할머니마저 외출을 하면 홀로 남은 구슬이의 외롭고 지루한 기다림은 시작된다. 그렇기에 구슬이에겐 산책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엄마 방울이보다 유치원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동동이가 더 반가운 존재다. 그리고 다섯 살이나 되었어도 자꾸 넘어지고 떼쟁이 울보에 똥오줌도 아직 못 가리는 동동이를 나약한 인간의 아이이니 할 수 없이 자신이 지켜주고 끝까지 돌봐줘야 한다고 구슬이는 말한다.

 

반면, 침대 위에 똥을 싸서 밤에 베란다로 쫓겨 난 구슬이가 작은 소리로 울고 있을 때, 그 소리에 화답하듯 동동이는 이불을 갖고 나와 구슬이를 품에 안고 잔다. 그 둘은, 낮에 맛있는 과자를 신나게 나눠 먹고 같은 자세로 벌러덩 누워 자던 모습처럼 영락없이 닮은 꼴 형제다. 마치 앞뒤 두 면지 속 구슬이의 얼룩 털과 동동이의 잠옷 무늬가 닮아있듯이.

 

남보다 못한 가족 간의 무관심과 폭력의 뉴스들이 연일 들려오고, 한편에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이미 늘어가고 있다. 매일의 일상을 함께 하고, 외롭고 쓸쓸한 순간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그 마음을 보듬는 사이라면 그 누가 가족이 아닐 수 있을까. 그렇게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에게 기대며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간다.

 

 글을 써주신 김희진 님은 '어린이책과 노닐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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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25 [07:09]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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