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옛 이야기 2]곳집우물의 귀신 이야기
군자동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홍진기   기사입력  2002/03/20 [19:36]
군자동의 가운데 말(안동네)은 삼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네였습니다. 한강과 중랑천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는 아차산 기슭입니다. 아차산의 긴 고랑에서 흘러 내려오는 시냇물은 논농사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풍요로운 동네였습니다. 농사일이 끝나면 동네 뒷동산에서 나이에 맞게 끼리끼리 움막들을 짓고 흥겨운 겨울을 나고는 하였습니다.

가운데 말에는 최영감 집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토박이였습니다. 고집도 쎄고 욕심도 많아서 부자 소리를 들어왔습니다. 딸 다섯을 시집보내고 남아 있던 외아들까지 장가를 들여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고 또 지나도 시집 온 며느리에게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산치성을 드리고, 불공도 올렸지만 헛일이었습니다. 다급해진 최영감은 씨받이 며느리를 들여왔습니다. 용케도 씨받이 며느리는 이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들을 낳지 못한 첫 번째 며느리는 관심 밖에 있게 되었습니다. 관심 밖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집안의 하녀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집안 일이며 농사일까지 해야 했습니다. 밤에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을 낳지 못한 죄로 씨받이 며느리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기저귀를 빨아야 했습니다.

동네에 있는 곳집(倉庫.재물이나 화물을 넣어두는 집. 현재 군자동 40번지 부근에 있었다고 전해짐)우물이 빨래터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밤에 빨래하는 최영감의 첫째 며느리의 빨래 소리를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밤에 울려 퍼지는 빨래 방망이 소리는 어찌나 구슬펐는지 상여노래와 같았습니다. 찰싹찰싹 자기의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은 빨래 소리는 추운 겨울에도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누구하나 최영감에게 측은한 첫째 며느리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씨받이 며느리가 셋째 아들을 낳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봄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녁부터 동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최영감의 첫째 며느리의 빨래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한밤중에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소란이 일어난 곳은 곳집우물이었습니다. 최영감의 첫째 며느리가 아기를 업을 때 쓰는 멜빵끈을 곳집 마루에 걸고 목을 메어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로 최영감집은 동네를 떠나버렸습니다. 아무도 최영감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곳집우물 아랫쪽에는 물이 고이는 큰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미나리도 자라고, 미꾸라지도 잡을 수 있는 곳이어서 연못은 아니었습니다. 미나리를 가꾸는 할머니들의 정성이 깃들어서 제법 연못같이 보였습니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는 아이들과 내쫓는 할머니들의 정겨운 시비가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이곳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인의 자태에 넋을 잃은 술 취한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였다고 합니다. 날이 밝아 술을 깨고 보니 웅덩이 안에서 사람의 뼈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에 곳집우물가로 나가는 동네 아낙네들은 어김없이 찰싹찰싹 빨래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누가 먼저 와서 있나 하고 가보면,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얼은 디딤돌을 밟고 내려가면 금새 없어져 버린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빈번해진 후 마을 사람들은 해가 지면 곳집우물가에 가는 것을 꺼렸습니다. 우물가 옆의 큰 웅덩이는 잡초들이 무성한 늪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곳집우물도 거미줄이 엉켜서 을씨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기를 낳지 못한 서러움에 죽은 최영감집의 첫째 며느리의 영혼이 곳집우물에 서려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70년대 토지구획정리 등으로 마을에 있던 공동우물이 자연스럽게 사용되지 않게 되었지만 곳집우물을 생각하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구전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광진구의 향토사학자인 김민수 선생이 군자동 어르신들로 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재 구성 한 것입니다.


[옛이야기 1]비낭고개의 며느리 바위 전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03/20 [19:36]   ⓒ 디지털광진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