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회적 기업을 넘어 선교적 기업으로
[특별기고]나섬공동체 유해근 목사. 자생력있는 선교공동체를 위하여
 
유해근 시민기자   기사입력  2009/08/01 [09:52]
2009년 7월 27일, 우리 나섬공동체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우리 공동체에서 하는 몇 가지 사역이 드디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게 된 것이다. 말이 사회적 기업 인증이지,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 자축해도 충분히 기쁘고 대단한 일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지라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 지난 2007년 몽골학교 후원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유해근 목사(디지털광진 사진자료)     © 디지털광진 ◀

사회적 기업이란 공공의 사회공헌과 기업의 영리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매우 의미 있는 기업형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은 장애인 단체나 문화, 환경, 노인요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 나섬공동체가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의 분야는 다문화를 기반으로 한 특별한 경우이다. 특히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거나 만들어내는 일은 드물고 생소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나섬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된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우리 나섬의 사역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우연히 사회적 기업의 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남모르게 기도하며 연구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기업으로의 인증을 받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반드시 사회적 기업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한 다문화 이주자들을 선교하면서 나는 무척이나 재정적인 문제로 고통받기도 했다. 교회를 통한 후원은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더욱이 한국교회의 기형적인 구조와 교회정치의 역학구도상 나에게 선교비 명목의 돈을 모금한다는 것은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그네들을 섬기고 선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필요한 재정은 우리에게는 뜨거운 감자처럼 버릴 수도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는 민감한 것이었던 것이다.  

한국교회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이라는 꿈은 언제나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돈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선교적 도구였지만 한편으론 가장 나를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 이 재정의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특수목회라는 영역의 사역을 하는 거의 모든 사역자들에게는 가장 두렵고 무거운 주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섬의 사회적 기업으로의 인증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한국교회의 특수목회와 선교의 모델이 된 것이다. 

두 번째의 의미는 이제 우리 공동체 안에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이주자들과 교인들에게 일정한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결혼 이민자의 경우, 그들은 거의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남모르게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할 수 있으면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하며, 그래서 일을 하여 재정적인 독립을 하기를 원한다. 

결혼 이주여성이 친정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 주고 싶어,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아픔을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이주 여성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고, 그 돈을 당당하게 친정 식구들에게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바로 그런 다문화 이주자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든 것이다. 

빵과 복음은 함께 주어져야 한다. 그것은 동시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 이주자들을 선교하면서 나는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복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복음이 증거되는 자리에는 반드시 빵의 문제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았다 빵과 복음은 나뉘어지지 않는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소외와 가난과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빵의 문제는 복음의 가치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지만 특별히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결혼을 위하여 찾아온 결혼 이민자의 경우, 이 문제는 가장 우선적인 관심일 수밖에 없다. 돈이 삶을 바꾸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한국에 찾아왔으며, 돈 때문에 결혼한 것이다.  

돈 때문에 한국 사람들로부터 편견과 차별의 아픔을 경험해야 했으며, 돈 때문에 눈물짓고 살아야 했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가난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았고, 가족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     © 디지털광진 ◀
나섬이 사회적 기업이 됨으로써 우리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게 되면서 그들에게는 작은 희망이 생기게 된 것이다. 복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희망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복음은 그 생명력이 없다. 그들에게 희망은 곧 삶이며 전부다. 희망은 그것 자체가 복음이며 만약 나섬의 사회적 기업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복음이다. 복음은 말씀이지만 동시에 삶이어야 한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복음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복음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섬은 말씀으로서의 복음과 삶으로서의 복음을 나눌 수 있는 통로로서의 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다문화 이해 교육을 활성화하며, 다문화 생태 체험 학습장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다문화 이주자들이 직접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다문화 작업장을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문화 축제를 대행하여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다문화 이주자들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섬가게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게 되었다.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재정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업이다. 우리는 바로 그런 사회적 기업이 된 것이다. 전혀 새로운 선교기업이 된 것이다. 

나는 새로운 미래에는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목회와 선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관습과 전통을 고집하는 선교가 아니라 매우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전략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 새로운 무엇을 찾아가는 것이 내 삶과 목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대안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대안이 "BUSINESS AS MISSION (BAM)"임을 알았다. 비즈니스와 선교가 나누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같은 선상에서 추구되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미래 목회와 선교는 비즈니스가 곧 선교이고, 선교가 곧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선교와 기업과 비즈니스를 더 이상 나눌 수 없다. 그것들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치이다. 

바울은 스스로 자비량의 선교사임을 구차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러한 비즈니스 선교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아닌가? 그것은 이미 하나의 중요한 단서이며 모델이 된 것이다. 우리는 바울적 선교를 살아야 한다. 오늘날 지나치게 세상과 선교, 복음과 세상을 나누어 버린 현실이 아닐까? 삶과 선교가 나누어지고, 복음과 세상이 구별되는 것이 과연 성서적이며 기독교적인 것인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세상과 교회를 나눌 수 없다. 복음과 세상적 삶이 나누어지는 것이 진정 하나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비즈니스와 선교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옳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런 신학적 바탕 위에서 나섬은 사회적 기업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선교적 기업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스스로 벌어서 선교하고 소외의 자리에 사랑을 나눌 것이다. 

한국교회의 종교권력과 돈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권력과 돈에 포로가된 비주류는 더 이상 의미있는 비주류가 될 수 없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향력있는 비주류가 되기 위하여 독립하려는 것이다. 그 모델을 만들어야 한국교회가 성숙되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 모델이 사회적 기업이다. 그리고 그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선교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을 넘어 선교적 기업으로 간다. 미국의 셰이비어 공동체의 모델을 찾아 가는 것이다. 후원에 의하여 운영되는 선교공동체에서 자립적 구조를 갖춘 새로운 선교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다.   

(본 기고문은 외국인근로자들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나섬공동체 대표인 유해근 목사님의 글로「디지털광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나섬가게     © 디지털광진 ◀
▶ 캄보디아 다문화 이해교육     © 디지털광진 ◀
▶ 다문화생태체험학습장     © 디지털광진 ◀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8/01 [09:52]   ⓒ 디지털광진
 
  • 도배방지 이미지

  • 최복수 2009/08/03 [11:19] 수정 | 삭제
  • 말할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과 고통을 격으면서도 꾸준히 나그네를 섬기고 인도하시는 유목사님게 감사드립니다. 몽골을 비릇한 많은 나라와 경제적인 인연을 맺게 해 주시고 인제를 길러내셔서 훗날의 대한민국을 더운 번창하게 하시려는 깊은 애국심을 옆에서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조심 하시구요.
  • 민동세 2009/08/03 [09:52] 수정 | 삭제
  • 유해근목사님 건강하시지요?.. 언제나 같은 자리에 계시는 목사님의 참 아름답습니다.. 존재하시는것으로 후배들은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기업(또는 대안기업) 모임을 하면 어떨까요??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