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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새 잣대' <문화>, 그리고 그 부족들
<문화부족의 사회 * 히피에서 폐인까지> 이동연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08/06/09 [19:42]
<인간은, 지식을 가진 무서운 동물이다>
▶ 심범섭 선생님     ©디지털광진 ◀
좀 무시무시한 이 말은 1982년 5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과학서점’ <인(人)서점>의 간판에 새겨놓았던 글입니다. 그 때, 그 엄혹했던 시절, 이 땅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던 군사정권을 몰아내고자 한다면, 그리고 민주주의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사회과학’이라는 지식의 투쟁도구가 필요하고, 그래서 그 무기를 제작하는 대장간이 바로 ‘사회과학’ 이었습니다. 그랬다, 그리고 다섯 해가 지난 뒤….. 아닌 게 아니라 이 땅에 드디어 민주주의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87년 6월의 민주 항쟁이 정권을 쓰러트리고, 이 땅에 민주주의의 종자를 뿌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 씨앗이 발아되어 파란 새싹을 보일 무렵, 이 땅엔 또 다른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민주화 이후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문화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과학서점’이라는 간판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과학마당 인서점’이라는 간판을 걸었지요. 
 
또 한 구비의 세월이 흘러갔을 때, 그러니까 2005년 12월 10일 인서점이 여러분의 모금으로 부활하던 날, <문화과학마당 인서점>은 문화과학이라는 지식의 마당을 청산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공동체’ <문화사랑방 인서점>이라는 아주 긴 이름으로 문화를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생활의 장으로 가져가고자 의미를 담았지요. 그랬습니다. 격변하는 이 땅의 최근 역사가 고스란히 인서점의 간판으로 새겨졌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인서점의 자랑이자 인서점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긍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서점의 역사가 그렇게 자신의 역사로 우리의 역사를 대변해주었듯,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군사파쇼의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를 위장한 독재, 그리고 마침내 민주주의 계절까지 흘러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온 몸으로 투쟁하던 혁명의 시기와 사회과학으로 투쟁하던 이념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세상을 문화로 바꿔 낼 수 있는 오늘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모든 역사의 시기는 그 역사가 요구하는 투쟁의 도구가 있습니다. 그것을 읽고 대안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렇군요. 이제 ‘문화’는 세상을 바라보고 읽어내는 ‘새로운 눈’이자 세상을 재는 측정의 ‘새로운 잣대’입니다. 문화라는 도구로 바라보지 않으면 오늘은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이라는 현실을 읽어낼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 참으로 막막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자답게 종족의 특정한 양식으로 남아 있는 관습이 문화라고 주장하면서, 시간을 간직한 세대의 흐름에서 문화의 의미를 찾았고 이와 달리 부르디외는 개인들이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는 공간의 과정에서 개인이 겪어내는 생존의 성향체계에서 문화의 의미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레비스트로스는 역사가 생성하는 권력의 수직관계에서 그리고 부르디외는 현실이라는 사회적 수평관계에서 문화의 개념을 읽어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문화현상의 근본개념을 규명하려는 문화에 대한 거대담론은 어쩌면 레비스트로스나 부르디외 같은 세계적 지식인들의 학문적 장이어서 오히려 우리의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 관념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맞이해야 할 문화는 금방 여기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어! 바로 이거야”라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이 뭉쳐진 문화이지 이성이 감성을 제압하는 지식의 파편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 <문화부족사회-히피에서 폐인까지>야 말로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 문화담론이라고 봅니다. 
 
앞에 서문이나 ‘1장 문화부족사회’같은 좀 까다롭다 싶은 마을은 일단 훌쩍 지나갔다가 관심이 일어났을 때 봐도 되지요. 그래요. 그래서 아무데나 책장을 열어놓고… 이를테면 뭐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썩 들어오는 단어가 있거든 거기서부터 아니 거기만 보고 또 다른 데로 이동해도 좋다는 것이지요. 그래요 “어! 뭐 홍대… 인디 문화…그게 좋겠군!”이라면 거기 261쪽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이 책을 처음부터 다부지게 맘먹고 체계적으로 보겠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잖다면 외려 아무데나 풀풀 넘겨보다가 “어! 바로 이거!”라고 생각하는 곳, 바로 거기서부터 한 발 한발 밟고 나가세요. 그렇게 자꾸 이동하면서 구경만 하다 보면 그 자체로도 꽤 짭짤한 소득이 바구니에 담기겠지만….'음~ 뭐 요런 것도 있었어?' 하고 ‘모드’라던가 펑크, 또는 히피며 스킨헤드, 여피 아! 그렇지요 세대담론으로 신세대, N세대 조금 더 나아가 소비시대의 영웅 몸짱이며 얼짱이며 또는 스노화이트 족이라던가 키덜트족도 만나 보시면 좋겠군요. 그래도 재미가 덜 붙거든 아예 마지막 쪽으로 가서 스스로 동굴 속에 갇혀서 살아가는 폐인부족의 족장들을 만나보신다면 ‘아 나도 한번 …’ 그러나 아서라 그것만은 제발 그만 두세요.
 
뭐 이런 책이 있냐고? 사실 솔직히 말하면 문화란 게 원래 쪼매 어렵고 또 까다로운 물건 아니던가요. 그러나 문화란 무엇인가? 창조의 원천 바로 나의 내부로 들어가서 거기에 존재하는 나의 정신 나의 영혼 그 무한한 가능성에 불의 씨앗을 던져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됩니다. 나의 영혼과 정신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나를 자유와 방임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럼요, 그래서 나의 무궁한 에너지의 바다를 나의 영혼이 여행하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문화입니다. '머이 요런 괴상한 학문의 영역이 존재하는가?'하고 묻지 마세요. 그리고 '머이 요런 접근법을 소개하느냐?'고 묻지 마세요. 그게 바로 문화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하여간, 살금살금 재미를 붙여나가다 보면 어느새 만세! 억 그러나 위기 위험, 빨리 문화의 정상에 도달한 님의 영혼을 확보(아! 조금 설명이 필요한 말이군!! 이건 등산용어, 안정되게 고정시킨다는 말이지요. 벼랑이나 또는 바람이라던가 더러는 실수, 이런 때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얼음이나 바위 같은 곳에 말뚝을 박고 나를 붙들어 매는 것이랍니다.)하세요. 그러니까 다시 주변을 살펴서 그 불안한 걸 안정시키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느새 님은 문화의 생성과 진화와 소멸의 그 끊임없는 변화와 반복의 원리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님은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더 전진하고자 하겠지요. 그래서 여러 문화부족의 마을을 가로질러 나아가 결국은 인간의 행복이 이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세계가 아니라 감성의 세계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님께서는 끝내, 이 책의 저자가 민주주의에 의해 문화의 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던가 감성과 이성이 문화의 장에서 어떻게 인간의 욕망이 자연으로 인도하는가 하는 문화 이전의 본질이 슬쩍 놓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시야가 문화의 장에 갇혀있음을 알게 되리라는 것이지요.  *  *
 
                          문화사랑방 인서점 <글나루> 도사공아저씨  심범섭
 
▶     © 디지털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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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09 [19:42]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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