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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로 얼룩진 벤처창업지원센터
물새고, 인터넷 자주 불통, 대비책 마련 시급
 
홍진기   기사입력  2003/08/28 [17:44]

▲구멍뚫린 벤처창업지원센터, 벤처창업지원센터가 누수로 인해 입주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한 입주업체의 천장이 누수로 내려 앉은 모습     ©디지털광진
지난 5월 13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구의동 벤처기업창업지원센터가 완공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 건물은 광진구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가들에게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2월 공사에 들어가, 약 1년 2개월 만인 지난 4월 완공된 건물로 지하1층 지상6층 규모를 갖춘 벤처기업 전용 빌딩이다.

하지만 근거리 통신망, 첨단 보안장치 설치 등 최첨단 정보통신 시설을 갖춘 건물이라는 홍보와는 무색하게 완공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지난 6월부터 물이 새고, 인터넷도 자주 불통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입주업체 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수로 얼룩진 벤처창업지원센터

지난 8월 초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출근한 이 건물 3층의 한 벤처업체 직원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빗물이 벽면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배전함에도 물이 찬 상태였다.  이 여파로 컴퓨터에 전원을 연결하는 멀티탭이 녹아버렸고 컴퓨터 2대가 아예 못쓰게 망가져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직원은 "아침에 출근해보니 물이 첨벙거릴 정도였다. 뒤늦게 누전차단기가 작동하여 감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전류가 바닥에 흐르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고장난 컴퓨터도 문제지만 비 오는 날은 위험해서 출근하기가 무섭다."며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현재 이 빌딩 3, 4, 5층에 입주해 있는 벤처업체는 모두 12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2개 업체 모두 천장이나 벽을 통해 물이 새고 있어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아예 천장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떼어 낸 상태며, 천장 곳곳과 벽면은 물이 흐른 자국으로 얼룩이 져 있는 상태다.

4층에 입주한 한 업체도 얼마 전 빗물이 쏟아져 모니터 한 대가 고장나는 피해를 입었고, 5층의 한 업체는 납품할 포스터가 물에 젖어 수 십 만원의 피해를 입는 등 입주업체 직원들은 언제 어느 쪽으로 물이 쏟아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구의동 벤처창업지원센터의 누수 사건은 결과적으로 입주자들의 큰 피해로 나타났으며, 지방자치 단체가 지은 건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많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보상문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2개 입주업체 모두 누수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각기 다른 업체의 누수로 얼룩진 천장모습     ©디지털광진

최첨단 빌딩 누수 왜 생겼나?

건물누수에 대해 이 건물을 시공한 나라건설의 관계자는 "7월말에 방수공사를 했는데도 계속 누수가 생겨 다시 해본 결과, 물이 새는 것은 에어콘 결로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 오는 날 습기가 많은 상황에서 결로수가 빠지는 드레인 구멍이 먼지로 막혀 배관 파이프를 타고 흘러내렸다. 먼지를 제거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누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원인이 에어콘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부실공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 빌딩의 한 입주자는 "결로수가 그렇게 많이 생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 온 다음날 꼭 다량의 누수가 생긴 것으로 보아 설계나 시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그리고 처음 누수를 신고한 것이 6월 초인데 3개월이나 지나서 원인을 찾았다는 것도 문제다. 그 동안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며 시공사와 구청 측을 비난했다.

일단 에어콘 청소 이후 28일부터 누수 현상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한 두 차례 비가 더 온 후에야 정확히 밝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인이 에어콘 청소문제든 부실시공이나 설계가 되었든 시공사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많은 입주자들이 수백만원의 물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피해 내용에 집계가 되지는 않지만 작업손실까지 계산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정신적인 피해 또한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나라건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라건설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건물을 짓고 에어콘을 시공한 것은 맞지만 에어콘 청소까지 맡은 것은 아니다. 먼지 청소 때문에 누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상을 할 뜻이 없음을 시사해 입주자들이 보상을 받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에어콘 관리 책임이 구청 측에 있다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주지시키지 못한 책임은 시공사측에 있고, 시공사가 원인을 찾아내는데 3개월이나 걸린 점은 관리 책임 이전에 건물의 설계나 시공을 맡은 시공사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자주 불통되고 에어콘 가동 제한으로 야간작업 어려움.

누수 문제 외에도 벤처창업지원센터는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노출, 입주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먼저 벤처기업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망의 잦은 고장이다.

한 입주자는 "인터넷이 3시간에 한번씩 불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물관리자가 퇴근하는 저녁 9시 30분 이후와 주말에는 한번 불통되면 관리자가 출근하기 전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며, 어떤 때는 하루종일 불통될 때도 있다. 벤처의 특성상 야간작업도 많고 휴일 근무도 많은데 이처럼 인터넷 이용이 불편하다면 이곳이 무슨 벤처창업지원센터란 말인가?. 얼마 전에는 한밤중에 경비회사 직원을 불러 인터넷을 다시 연결시키기도 했다. 속도도 매우 느려 현재는 1Mbps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9시 이후 리프트 사용금지. 리프트가 자주 고장나자 아예 밤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광진
또한 주차 리프트도 문제다. 현재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면 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개관이후 벌써 세 번이나 고장을 일으켜 불편을 주고 있으며, 이용자가 갇힌 적도 있어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 이에 관리실에서는 아예 관리자가 퇴근하는 10시 이전에 차를 모두 지상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에어콘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에어콘도  관리자의 출퇴근시간에 맞춰 가동되는 관계로 열대야가 한창인 때에도 밤 9시 이후에는 에어콘 가동을 멈춰 찜통더위 속에서 작업하느라 입주자들이 고통을 겪었으며, 주말에는 아예 가동을 멈춰 야간작업과 주말작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입주자는 "우리 업체의 경우 벤처 특성상 야간작업이 많고 주말도 근무하기 일쑤다. 에어콘이 가동되지 않아 문을 열어놓으면 모기가 달려들어 문을 꼭꼭 닫고 작업을 하려면 정말 이곳이 최첨단 벤처빌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위의 세 가지 문제는 사안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된 문제는 운영에 있었다.

벤처창업지원센터의 운영이 입주자들인 벤처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관리자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루어지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곳의 근무자는 2명으로 구청 지역경제과 공무원 1명이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공익근무요원이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의 근무시간외에 발생하는 고장에 대한 대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에어콘 가동도 이때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광진구청 지역경제과 담당 공무원은 "인터넷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회선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을 통해 해결할 예정이며, 내년도 예산에 반영이 가능하다면 유지관리업체를 지정해 관리자 퇴근 후의 입주자 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다. 현재 상황에서 관리자를 늘리려면 3명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구의동 벤처창업빌딩은 입주자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광진구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으나, 사업능력이 부족한 예비창업자 및 신규창업자에게 기술개발에 필요한 공간과 장비 등 지원을 통해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건립한 벤처창업지원센터가 문을 연지도 3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누수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인터넷망의 잦은 불통 등으로 최첨단 건물이라는 명색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건물로 변해가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누수로 인한 피해로 3개월 간이나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 시공사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구청의 책임이라는 것이 입주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더불어 벤처창업센터의 운영은 입주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망이 불통되고, 에어콘도 없는 찜통더위에서 작업을 해야하고 카리프트 고장으로 입주자들이 리프트에 갇힌다면 어느 누가 보아도 벤처빌딩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든 창업지원센터가 운영상의 문제로 입주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원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광진구의 조속한 개선책 마련과 더불어 합리적인 운영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 8월초 한 입주업체 바닥은 아예 물이 흥건히 고일정도 였다. 사진에 보이는 구멍은 전원을 연결하는 곳으로 이업체는 컴퓨터 2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은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광진

관련기사 : 구의동 벤처창업지원센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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