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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불황, 끝이 안 보인다.
광진구 재래시장을 비롯한 중소 상인들 불황에 울상
 
홍진기   기사입력  2003/05/13 [23:03]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올해 들어 광진구의 각종 상가와 요식업, 재래시장 등이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불황이 언제 끝날지 전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조차 포기하고 하루 하루를 견뎌나가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띄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IMF때보다 더욱 힘들다고 말하는 요즘의 불황은 실제 어느 정도일까. 광진구의 대표적인 상가 밀집지역인 로데오 거리와 중곡동 가구거리, 노룬산 시장와 가장 많은 회원업소를 가지고 있는 음식업협회광진구지회를 찾아 불황이 어느 정도인지 취재해 보았다.

노룬산 시장 상인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
▲13일 오후 4시경의 노룬산 시장 풍경. 전반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여 불황을 실감케 하고 있다.     ©디지털광진
13일 오후 4시경의 노룬산 시장.
 시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한참 붐벼야할 시장은 이미 예전의 활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룬산 시장은 오후가 되면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과 좁은 시장길을 이리 저리 빠져나가며 물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자전거로 혼잡했고,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 등이 뒤섞여 시끌벅적 했으나 이제는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IMF 사태 이후 바닥을 친 경기가 좀 살아나는 가 싶었지만 2001년 성수동에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선 이후 또 다시 시장은 끝없는 불황 속에 빠져들었고,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는 매출이 더욱 줄어 하나 둘 문을 닫는 점포도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장사람들이 전하는 요즘의 노룬산 시장 풍경이다.

노룬산시장 안에서 과일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물건값은 많이 올랐고, 손님은 줄어 하루 매출이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지금이 IMF 때보다도 더 힘든 것 같다. 차라리 IMF때는 실직자도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물건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그나마 덜 어려웠지만, 지금은 왜 그런지도 모르지만 물건값만 오르고 돈은 돌지 않고 죽을 지경이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20년째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하고 있다는 노명선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후 요즘이 가장 어렵다. 지금까지 시장바닥에 있으며 두 아이를 대학교까지 보냈는데 월세 내기도 힘드니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당장 때려 치고 싶지만 그나마 건물까지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받지 못하니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하루 하루를 보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도 어렵지만 시장을 찾는 주부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서 만난 박선희(노유동. 35세)씨는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 작년부터 계속 오르기만 하니 시장에 나와도 살게 없고, 뭐라도 사려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로데오 거리와 중곡동 가구거리도 한산
광진구의 대표적인 상가인 노유동 로데오 거리와 중곡동 가구거리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의류나 가구는 경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들인지라 어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손님들도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상가 주인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로데오상가협의회 서구덕 회장은 "경기가 바닥이다. 지난해 카드사 부실로 카드발급 등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년도에 비해 20%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상인들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곡동 가구거리 가구점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게 보였다.
여전히 중곡동 가구거리 인도 곳곳에는 가구점에서 내 놓은 물건들로 혼잡했지만,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상인들은 의욕을 잃고 있었다.

중곡 1동의 한 가구점 주인은 매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차이는 있지만 중곡동 가구거리 전체가 바닥이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가구이다 보니 작년 말부터 3-40%는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 하루에 물건 1-2개 팔기도 힘들고 결혼시즌 특수도 옛 이야기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중곡2동 천호대로에서 신혼상품 보다는 주로 개비장(신혼가구가 아닌 교체용 가구)을 취급하고 있는 가구점의 한 직원은 "신혼가구를 파는 곳은 그래도 좀 낫다. 하지만 3-40대가 주요 고객인 개비장의 경우는 타격이 더 크다. 우리 가구점의 경우 월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만 수지가 맞는데 요즘은 절반인 5천만 원 밖에 안 된다. 작년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하루 150만원에서 200만원밖에 못 팔고 있으니 너무 힘들다."며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중곡동 가구거리의 불황이 심각하다. 상인들은 매출이 3-40%나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디지털광진

음식업협회 광진구지회 회비납부율 20% 감소
광진구 요식업소의 불황도 심각한 상태였다.
한국음식업중앙회광진구지회(회장 민상헌)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지회의 회비 납부율이 20%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회비 납부율은  90%를 웃돌았으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함께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여파로 현재 70%를 간신히 상회하고 있고, 문을 닫는 업소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음식업협회의 자체 진단이다.

민상헌 회장은 "IMF 이후 음식업소 급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전반적인 불황이 가장 큰 원인으로 대부분의 요식업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자 아예 문을 닫고 휴업중인 업소도 동마다 3-40개씩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불황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불황, 끝이 안보인다.
지난 11일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이 전년도 4월에 비해 10.7% 감소했고, 할인점도 3.6%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숙박업, 음식업, 여행업 등의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음식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 사스 확산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이들 업종의 불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중앙부처의 발표보다 지역의 실물경제는 훨씬 더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훨씬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며, 특히 영세한 규모의 자영업자는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욱 힘든 것은 언제까지 불황이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빨리 불황의 늪을 건너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국민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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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13 [23:03]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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