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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간 아빠
유진 글/그림. 한림출판사/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 박영미 회원
 
디지털광진
 

몸집은 크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아빠, 아빠 옆에 작지만 당당한 표정으로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딸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그림이 흥미롭다. 이어지는 면지 양쪽 가득한 파란 물은 나도 수영장에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또 한 장 넘기니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을 것 같은 내 상상을 깨버리며 허둥지둥 헤엄치는 아빠가 있다. 아빠는 무엇이 그리 두려웠을까?

 

▲ 수영장에 간 아빠     © 디지털광진

딸아이를 혼자 수영장에 보내는 아빠는 불안한 마음에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결국 아이와 같이 수영장 등록을 한다. 아빠는 딸을 보호해주고 싶어 하지만 맘과 달리 물이 무섭다. 수영장에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던 아빠는 아이와 함께 천천히 수영을 배운다. 킥판 없이 아이가 첫 수영을 하는 날, 딸아이는 살짝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서 물에 들어간다. 발이 닿지 않아 아이 몸이 가라앉는 걸 본 아빠는 허둥지둥 딸을 향해 헤엄친다.

 

"푸아! "

아이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차분히 깊은 수영장 바닥을 딛고 떠오르는 데 성공한다. 그동안 아이를 바라보던 아빠의 걱정은 그 순간 아이를 향한 믿음과 안도감으로 채워지고 아빠와 아이는 서로를 뿌듯하게 바라본다.

 

그림책 속 아이 모습은 처음엔 아빠 손바닥보다 작게 표현되어 있다. 수영장 안에서는 유독 더 작아 보인다. 아마도 아빠가 걱정을 한가득 담고 바라보는 딸아이의 모습인 듯하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 걱정처럼 작지도, 약하지도 않다. 아빠보다 더 씩씩하게 수영을 배우고, 아이에게 물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안 보이려 집에서 혼자 잠수 연습하는 아빠를 뒤에서 걱정스레 지켜본다. 이 장면에서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크게 표현되어 있다. 오히려 아이가 물을 무서워하는 아빠를 위해 수영연습을 핑계 삼아 아빠와 신나게 논다.

 

그림책 양면 가득 망망대해처럼 표현된 수영장에서 킥판 없이 수영하는 장면은, 혼자 떠 있는 아이 모습이 더 작게 느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에 숨죽이게 한다. 점점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배운 대로 힘을 빼고 바닥을 딛는 아이의 모습은 어느새 그림책 한 면 크기만큼 훌쩍 성장해 있음을 보여준다. 홀로서기를 무사히 마친 아이와 허둥지둥 달려온 아빠가 서로 바라보는 장면은 아이가 아빠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물이 구름처럼 편하다고 하며 물 위에 둥둥 누워있는 마지막 장면은 서로를 걱정하는 맘이 사라져서인지 아빠와 딸의 표정도 아주 편안해 보인다.

 

스스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과 불안함에 아이를 바라보던 아빠의 마음을 인물들의 크기와 표정으로 표현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주입하는 잘못된 학습이 아이에게 더 큰 두려움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천천히 아이들의 시간을 기다려 줄수록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두려움을 이겨가며 스스로 성장해간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부족하고 두려운 것도 많지만,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닌 척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일부러 애쓴다. 하지만 아이들도 책 속 보라처럼 부모를 걱정하기도 하고 나름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력도 한다.

 

두 아이와 생활하면서 아이를 키운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이와 함께 여러 경험도 하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쩌면 아이보다 내가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수영장으로 간 아빠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었다.

 

 글을 써주신 박영미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9/10/11 [09:15]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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