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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민관합동 치안, 위기가정 돌보다.
중곡동 A씨 업무방해로 구속, 구청, 경찰서, 봉사단체 장애 부인 돌봐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9/06/14 [17:42]

중곡동 사람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 60세인 그는 날마다 지역의 병원, 약국, 편의점 등을 돌며 시비를 걸어 업무를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폭력까지 행사했다. 동 주민센터에도 날마다 출근하듯 찾아와 쓰레기를 던지는 등의 행동으로 직원들을 괴롭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경찰은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하려 했지만 그에게는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정신지체 장애인 부인이 있어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 사람은 구속되었지만 아내는 지역사회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지역사회 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있었다.

 

▲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환경개선이 진행된 A씨의 집 전경. 왼쪽이 개선전, 오른쪽이 개선 후의 모습(사진제공-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디지털광진

 

 

광진경찰서, 4일 중곡동 A씨 업무방해로 구속. 남겨진 정신장애 부인 돌보는 사람들

광진경찰서는 지난 4일 중곡동에 거주하는 A(60)를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중곡동 지역의 약국과 병원, 편의점 등을 돌며 시비를 걸고 소란을 피웠다. A씨는 약국과 병원을 찾아가 약을 안준다, 치료를 안 해준다, 아내가 아픈데 입원시켜야 한다. 나도 힘들다며 시비를 걸었고 편의점 등에 찾아와 비싸다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 주민센터에도 출근하듯 찾아가 청소가 잘 못됐다.’며 가져온 쓰레기를 동 주민센터에 뿌리기도 했으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소란을 피워 동주민센터 직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이러한 행패는 부쩍 심해졌고 참다못한 병원, 약국에서 지속적인 민원과 112신고를 했으며 광진구약사회에서도 행패를 막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급기야 A씨는 편의점 직원을 폭행하고 술자리에서 지인을 구타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제과점에서 업무를 방해하다 광진경찰서에 신고 돼 결국 지난 4일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정신병원 입원 이력이 있고 현재 집행유예 기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정신장애 3(과거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는 재심거부로 등급 없음)인 아내 B씨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B씨는 괴질로 하반신마비 상태여서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데다 대소변까지도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유일하게 A씨가 먹을 것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보호자였다.

 

경찰은 지난 328일 경 한 약국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신고해오자 A씨가 집행유예 기간인 만큼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지만 A씨가 구속될 경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부인은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광진경찰서는 A씨를 일단 불구속 수사하기로 하고 아내인 B씨의 치료와 지원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경찰은 우선 A씨의 생활환경 개선을 돕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A씨는 도움을 거부하고 있었고 휴대폰도 없이 낮에는 집을 비우고 동네를 돌아다녀 만나기도 어려웠다. 어렵게 A씨를 만난 경찰은 돕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광진경찰서 위기가정지원봉사단의 도움을 받아 우선 막혀있던 욕실의 변기를 뚫어주고 감전위험이 있는 스위치와 형광등을 교체해 주는 등 환경개선을 해 주었다.

 

본격적인 지원은 41일 광진구청과 지원방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되었고 우선 B씨의 치료를 위한 입원 및 진료를 추진하기로 했다.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시립병원과 B씨가 수술을 받았던 병원 등을 찾았지만 B씨는 피검사를 거부하는 등 진료에 협조적이지 않아 이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어렵게 받은 진료결과도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래도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에 정신장애 및 지체장애등급을 신청했다. 이마저도 등급이 낮게 나와 활동지원이 어려운 상태로 현재 광진구청과 경찰서는 재심사를 요구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생활지원은 광진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나눔팀, 중곡4동주민센터,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와 위기가정 지원봉사단, 광진장애인가족지원센터, 자원봉사 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A씨가 국가유공자로 연금을 받고 있어 B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없고 장애등급이 낮아 장애활동보조인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등 법과 규정에 따라 도울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는 상태다.

 

419일에는 지역의 유관기관 12곳이 모여 통합사례관리로 B씨 돕기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는 경찰서, 보건소, 소방서, 중곡복지관,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광진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광진정신건강복지센터, 정립회관, 중곡4동주민센터, 광진구약사회 등이 참여했다. 단체들이 모이기까지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모색했던 추윤구 의원의 노력도 숨어 있었다.

 

519일에는 중곡복지관 주관으로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주고 파손된 싱크대를 새롭게 설치해줬다. 또한 광진경찰서 위기가정지원봉사단은 중고용품으로 전기밥솥과 식탁, 냉장고 등을 설치 지원해주었다.

 

A씨가 구속된 후 현재도 각 기관단체들이 요일별로 B씨를 돕고 있다. 월요일은 중곡4동주민센터, 화요일은 파도손, ,,금요일은 장애가족지원센터, ,일요일은 세종대봉사동아리가 B씨를 찾아 청소도 해주고 식사도 챙겨주고 있다. 혹시 차질이 생길 경우 광진구청 희망나눔팀이나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직접 돌보기도 한다. 이중 장애인가족지원센터(센터장 홍수희)4월과 5월에는 거의 매일 B씨를 방문해 청소도 하고 식사도 챙겨주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초기 진료를 거부하고 봉사자들을 꺼렸던 B씨는 기관과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도움을 받아들이고 있다. 장애등급이 상향될 경우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현재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기에 광진구나 광진경찰서는 입원치료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진경찰서의 안타까움 “A, 새 삶으로 돌아오길 바랐는데”, 그리고 남은 문제들

A씨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에 중곡동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A씨가 새 삶을 찾기를 기대했던 광진경찰서는 허탈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A씨를 처벌하라는 숱한 주민들의 원성 속에서도 B씨의 건강과 안위를 생각했던 광진경찰서와 광진구청의 노력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당장 아무런 대안도 없이 A씨를 구속할 경우 B씨에게 닥칠 위험은 명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계는 B씨를 돌보기 위한 여러 대안을 마련하려 노력했으며, A씨와도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마음을 돌리려 애썼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응급입원을 시키기도 하는 등 병원치료를 통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병원치료는 본인의 거부로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고 A씨는 결국 구속되었지만 남아있는 B씨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B씨가 초기 도움을 거부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광진경찰서의 2개월여에 걸친 노력은 결과적으로 B씨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구속보다 대안을 먼저 마련하려고 했던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의 사람중심의 치안철학이 있었다. 특히 여성청소년계 양경희 계장은 사건 전체를 아우르며 B씨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했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B씨를 돕는 일에 앞장서왔다. A씨에 대한 처벌이야 당연한 업무지만 B씨를 돕는 일은 업무와 무관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양경희 계장의 노력은 흔치 않은 일로 평가되고 있다.

 

A씨가 구속 된 후 휴일도 가리지 않고 B씨를 찾아 돕고 있는 광진경찰서 양경희 여성청소년계장은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고, 아내의 병원치료와 장애등급 판정을 돕고, A씨가 병원치료를 받게 해주다 보면 상태가 호전돼 새 삶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구속으로 결말이 나게 되어 많이 아쉽다. B씨를 도운 것은 저보다도 구청 김성순 통합사례관리사와 봉사자들이다. 저는 별로 한일이 없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며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광진구청 복지정책과 김성순 통합사례관리사의 노력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통합사례관리사는 복지가 필요한 사례를 조사하고 지역의 복지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맡은 바 역할을 넘어 직접 B씨에게 생필품을 사다주고 평일, 휴일 가리지 않고 수시로 B씨를 찾아 돌보고 있다.

 

김성순 통합사례관리사는 이런 경우 누군가 보살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관심을 갖고 하다보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이런 분들도 좋은 생활을 한번 해 보셨으면 했다. 당연히 할 제 업무를 했을 뿐이다.”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B씨가 장애등급을 제대로 받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진구의회 추윤구 의원은 약사들의 요청을 받고 광진경찰서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었다. 결과적으로 구청 복지정책과와 광진경찰서 관계자들의 노력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A씨의 구속과 그 부인에 대한 돌봄이 가능했다. 크게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청과 경찰서외에도 많은 봉사단체들이 B씨를 돕고 있다. 이 또한 헌신적인 봉사정신이 아니면 힘든 일로 이들의 헌신 또한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A씨의 구속으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B씨의 경우 장애등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데 법률적인 허점은 없는지 입법권자들과 관계당국의 세심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A씨가 얼마만큼의 처벌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그 동안의 행적을 보았을 때 구금에서 풀려나 사회에 복귀한 이후의 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동안 고통을 받았던 중곡동 주민들, 혼자 방치될 경우 위험한 지경에 처하는 B, 본인 스스로도 힘들다고 말해왔다는 A, 유사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공무원들과 봉사자들만의 헌신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우리사회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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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4 [17:42]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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