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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김희경 글∙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창비/ 어린이책시민연대 유명자
 
디지털광진
 

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초등 돌봄교실 친구들과 그림책을 읽는다. 이번 주 화요일에 준비해간 서너 권의 그림책 가운데 아이들은 이 책 <마음의 집>을 골라 가장 먼저 읽자고 졸랐다. 재미있어 보여서가 아니라 제일 짧다는 이유로! (오호, 아이들이 오늘은 좀 지루한가 보군.) 게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서로 돌아가며 한 페이지씩 읽겠다고 했다. (, 이게 아닌데……) 순간 망설여졌다. 아이들에게 좀 어려울지 모르는 이 책을 차분하게 또 천천히 같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데 아이들이 왁자하게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생각이 앞질러갔음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나는 곧 마음을 바꿨다. ‘그래, 오늘은 아이들이 내게 <마음의 집>을 읽어주는 거야.’

 

▲ 마음의 집     © 디지털광진

아이들은 차례대로 그림책을 읽어나갔다. 글이 많은 페이지가 걸리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서도 누구 하나 빼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또박또박, 어떤 친구는 작은 목소리로, 어떤 친구는 빠르게, 또 다른 친구는 장난스럽게 읽기도 했다. 첫 장에 나오는 사람 표정이 무섭다면서 그 장을 넘기자마자 이 그림책의 또 다른 묘미를 찾아냈다. “, 그림이 이상해요! 거울이 멀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오면서 움직여요!” 이후로 아이들은 페이지마다 평면이던 그림이 어떻게 입체적으로 살아나는가에 몰두하여 그림책을 읽고, 살피고, 펄럭였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나는 뭔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 그 불명확함이 좋았다. 어쩌면 우리네 마음 본질 한구석이 그런 성격이지 않을까. 어쩔 땐 기쁘다가도 화나고, 어쩔 땐 슬프다가도 즐거워지는,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 내 마음이 어떤지 나는 언제부터 더듬어왔을까. 말이 별로 없는 엄마, 구석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 밥을 혼자 먹는 아빠. 그들 모두에게서 낯설지 않은 친근함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집이 있고 백 사람이면 백 개의 집이 생긴다는 메시지는 흔히 하는 말 같지만, 의외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작고 초라한 내 마음의 집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준다.

 

마음의 집에는 문이 있고, 방이 있고, 창과 계단이 있고, 부엌과 화장실도 있다. 마음의 집을 이루는 이 모든 요소를 표현한 간결한 글과 상징을 내포한 그림은, 단정하고 시적이며 철학적이다. 이 언어는 쉬이 잡히지 않는 마음을 여러 갈래로 상상하게 한다. 나아가 알 수 없는 마음이나 흐린 마음 탓에 내적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자기 내면을 탐색하게 하고, 자신을 향한 사유에 이르도록 손을 내민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움직이는 그림에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거기서 뭔가 찾고 싶어졌다. 특히 사람 얼굴, , 발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면 섬세한 터치만큼이나 시간의 흔적과 온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정지한 상태가 아니라 어떻게든 움직이고 이동하려는 자의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 같다고 느꼈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도 그림책의 언어가 되는 셈이다.

 

내 마음의 집 창에는 자주 비가 내린다. 내 마음의 집 주인이 내가 아닐 때도 잦다. 이 그림책은 이런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괜찮다고 한다. 마음이 뻥 뚫린 장면을 보며 아이들은 떨어져 나간 마음 조각이 본래 마음에 딱 들어맞는지 맞춰보고 싶어 했다. 나는 그걸 보며 인생은 자기 마음을 잃어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자기 마음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게도 잃어버린 마음 조각이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있다. 그 조각을 찾는 길 위에서 내가 먼저 손 내밀 수 있다면 좋겠다. 또 누군가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다면 잠시 머뭇거릴지언정 덥석 그 손을 맞잡고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절반밖에 보이지 않던 한쪽의 MAUM이란 글자가 다음 쪽의 반짝이는 거울 효과 덕분에 온전한 글자로 비치자 놀라고 재밌어했다. 모든 불완전한 마음에는 자신을 비춰볼 거울이 필요하다. 자기 내면을 직시하는 눈 말고도 함께 손잡을 타인들, 다른 경험, 다른 차원의 세계가 나머지 반쪽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세상사람 수만큼 각기 다른 마음의 집이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내 마음의 집은 평생 완전해질 수 없다. 나는 그걸 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의 늪에 빠지지 않고 마음이 어렵사리 내준 길을 멈춤 없이 내디딜 수 있길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을 찾아가는 내 삶의 과정에 있다. 이 책은 마음이 쓸쓸한 내게 손을 내밀며 내 마음을 보게 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었다.

 

 글을 써주신 유명자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9/02/28 [17:31]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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