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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그리울 때
천위진 글/마이클 류 그림/번역 오규원/산하/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 박영미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8/07/26 [18:07]

바다가 그리울 때라는 제목이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젖은 채 표지그림을 감상하게 했다. 작은 어촌마을의 일상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며 내 추억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 바다가 그리울 때     ©디지털광진

 

녹색 바닷가 표지를 지나 하늘색 면지를 넘기니, 바다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창문으로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수평선이 보인다. 작은 창 앞에는 모래사장에서 주웠을 것 같은 조개껍데기와 유리병이 색깔 없이 놓여있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이가 사는 동네는 바닷가가 보이지 않는 도시다. 표지에서 보았던 따뜻한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연필로 그린 도시 건물의 테두리 선들이 무척 거칠다. 이어지는 장면은 대만 작가의 작품임을 알면서도 마치 우리 동해 바다로 가는 것 같다. 나무숲 사이로 바닷가가 보이면서 펼쳐지는 자연풍경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버스에 탄 아이와 아빠는 무채색 스케치로 뒷모습만 보인다. 왜 버스 안은 색을 넣지 않았을까?

 

아이와 아빠가 도착한 곳은 자주 가던 장소인가 보다. 아이의 성장도 살펴주는 친절한 주인이 있는 숙소에서 잠시 쉰 후, 아이와 아빠는 바닷가로 뛰어가 물놀이하고 게도 잡으면서 논다. 바다가 좋아서 떠난 여행일 텐데 바닷가에 도착해서 노는 장면은 잠깐이고, 곧바로 다음 날 아침 일찍 해돋이를 보러 간다. 숙소 안은 또 색깔 없이 연필로만 그려져 있다. 아빠와 아들 둘이 여행 와서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해돋이를 보러 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투정도 안 하고 해돋이를 보러 나간 아이가 기특하기도 했다.

 

해돋이를 보면서 아이가 바다에 퍼지는 햇살을 천사 같다고 표현한다. 멋지게 그려진 해돋이 장면과 아이 표현에 감탄하면서 한 장을 넘기자 이번엔 아이가 엄마도 같이 왔던 바닷가 추억을 전해준다. ‘이번엔 엄마랑 못 왔구나. 아빠랑 아들 둘이서만 멋진 추억 만드는 것도 좋지.’ 하며 내 아이들과 같이 갔던 바닷가를 떠올리고 행복했던 장면에 미소 짓고 있었는데……. 또 한 장을 넘기니 한쪽 가득 커다랗게 아이의 편지가 있다.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행복했던 감정이 순간 정지되고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그냥 눈물이 차올랐다. 이전 페이지까지 그림에 푹 빠져서 내 추억을 소환해내고 행복감에 젖어있던 내게 아이 엄마의 부재는 너무 준비 없이 훅 들어온 슬픔이었다. 이제야 속표지에 있던 유리병이 떠올랐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그림을 살펴보니 출발부터 아이 손에 계속 소중히 들려있던 유리병이 보였다. 해돋이를 보다가 사진 찍는 아빠 옆에서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아이 모습은 유리병을 엄마에게 전해달라고 바다에게 부탁하는 거였다. 엄마와의 추억과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떠나온 여행이란 걸 뒤늦게 알고 나니, 그저 바닷가 모습만 떠올리며 혼자 추억 속에 잠겨서 표정으로 조금씩 힌트를 주던 아이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아이의 그리움을 알고 묵묵히 여행을 준비한 아빠의 마음도 느껴져서 먹먹했다.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은 그리움그 자체였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 책상에는 바닷가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사진들이 가득하다. 여행지에서 즐겁게 놀던 사진인데 엄마와의 추억 사진은 행복감이 아닌 그리움이다.

 

책장이 몇 장 안 남을 때까지 나는 계속 추억의 감성으로 책을 즐겼다. 그러다 아무 대비 없이 맞이한 아이 엄마의 부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바다에 대한 추억을 마음껏 꺼내 보며 행복해하던 내 감정도 그림책을 따라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강한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엄마와의 추억 가득한 사진들을 보며 내 머릿속도 보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바다를 엄마 품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동안 이런 글이나 말에서 느꼈던 것보다 이 작은 그림책 한 권을 보고 나니 그 느낌이 더 가슴 깊게 다가왔다. 그림책을 다 보고 난 후 그리움의 여운도 오래 남는다. 그림책의 힘은 참 크다.

 

 글을 써주신 박영미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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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26 [18:07]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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