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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존 버닝햄 글, 그림/ 비룡소 / 어린이책시민연대 신혜선
 
디지털광진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라는 제목과 달리, 셜리는 이미 작은 보트를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해골 문양의 돛을 달고 허리에는 큰 칼을 찬 걸 보니, 모험을 떠나려는 듯 얼굴은 상기돼 있다. 앞표지에서 보여주는, 그림과 글이 상충하는 분위기는 이 책 전체를 아우른다.

 

▲ 셜리야, 물가에 가지마!     © 디지털광진

셜리는 엄마아빠와 바닷가로 놀러 간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의자부터 펼치고 있는 엄마아빠의 모습과 바다 저 멀리를 내다보는 셜리의 뒷모습은, 서로 원하는 것도 앞으로 일어날 일(하고 싶은 일, 하려 하는 일)도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뜨개질을 하고 차를 마시는 엄마와 담배를 피우고 신문을 읽는 아빠는, 셜리가 알아서 친구를 만들고, 잘 놀기를 바란다. 얌전히, 구두는 더럽히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셜리와 함께 놀 생각은 아예 없다. 엄마아빠는 셜리에게 잔소리만 할 뿐이다. 헤엄치기엔 너무 쌀쌀한 날이라고, 함께 놀고 있는 개를 가리켜 쓰다듬지 말라고, 차 마시라고 세 번씩이나.

 

이 대목에서 유난히 물을 잘 안 마시는 우리 아이와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물 마실래?”

아니.”

물 좀 마셔라. 넌 너무 물을 안 마셔.”

그럼 왜 물어봤어? 어차피 마시라고 할 거면서.”

 

할 말이 없어서 당시 그 자리를 피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차를 마실 건지 엄마는 셜리에게 세 번이나 물었다고 하지만, 그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마셔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셜리의 엄마에게서 내 모습이 보인다.

 

엄마아빠와 셜리는 애초에 물가에 놀러 올 때부터 다른 생각으로 왔다. 의자와 신문, 뜨개질거리, , 담배를 싸들고 온 엄마아빠는 바닷가에서 좀 쉬려고 했을 것이다. 셜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셜리와 몸으로 놀아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반면 셜리는 혼자서도 잘 논다. 지나가는 개와 돌멩이, 바다풀을 가지고 얼마든지 놀 수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어린이다. 해적들과 싸우고, 가까스로 구한 보물지도를 이용해 온갖 보물을 찾아 깜깜한 밤에 돌아오는 의기양양한 셜리의 모습을 보라.

 

내 딸도 셜리처럼 외동아이라 늘 혼자 노는 시간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엄마는 나랑 하나도 안 놀아 줘.’라는 아이의 말이 뒤통수를 때렸다. ‘외동아이는 혼자 놀다가 심심해서 책을 많이 읽게 되기도 한다. 책 많이 읽는다고 좋아만 할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많이 뛰어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누군가 말하던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 아이의 혼자 놀던 시간들이, 혼자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 셜리의 모험과도 같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는 아이와 부모의 생각이, 행동이 서로 다름을 잘 보여준다. 부모가 하는 말과 셜리의 행동 외에, 화면구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림책 화면의 오른쪽은 셜리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셜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엄마아빠가 아무리 잔소리해도 들리지 않는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왼쪽은 부모의 공간이다. 셜리가 어떤 모험을 펼치고 있는지는 관심 없고 현실적인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처음 물가에 올 때는 셜리와 부모를 오른쪽 화면에 배치해 집 밖으로 나온 셜리의 설렘을 그린 반면, 집으로 돌아갈 땐 왼쪽에 배치해 이제는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셜리의 엄마아빠는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햇살 좋은 해변에서 내내 편안히 쉴 수 있었고, 셜리는 엄마아빠에게 와서 놀아달라고 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했다.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론 셜리가 부모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셜리의 모험이야기를 엄마아빠와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8/05/23 [14:06]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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