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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어린이책시민연대 주채영
 
디지털광진
 

 커다란 파란색 공 모양 위에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한 발로 서 있다. 아이는 양팔과 다리 한쪽을 쭉 뻗고, 집중한 표정이다. 균형을 잡고 있다. 아이가 서 있는 공간은 아이 몸집에 비해 너무나 커서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집중하고 있는 의지의 눈빛에서 대견스러움도 느껴진다. 나에게 다가온 파란색 공간은 나를 둘러싼 바깥세상일 수도, 나의 마음속 어떤 한 곳일 수도 있다. 나는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적절한 행동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끝도 없이 갈등하며 갈팡질팡 살아가고 있다. 생각들이 불안정하게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면 마음속 균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가 있다. 이런 내 마음이 아이의 모습과 파란색 색감의 공간과 연결된다.

 

▲ 균형     © 디지털광진

커다란 공간의 형태는 완벽하거나, 차갑거나, 압도하는 권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상처럼 뭔가 정리되어 있지 않고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의 공간이다. 어딘지 익숙하고 낯익은 느낌의 공간이어서 그 위에서 몇 번쯤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고 해도 큰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 하고 넘어지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될 것 같다.

 

아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균형 잡는 연습을 한다. 벌써 익숙한 것 같은 얼굴이거나, 아주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거나, 이리저리 감을 잡아보고 있는 표정 등 다양한 모습이다. 아이는 많은 연습을 거쳐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로 나간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수많은 시선을 마주하고 무대에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아이가 혼자 감당하고 있을 긴장감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아이가 그네를 잡고 날아가는 그 순간 내가 함께 해도 될까?” 하고 친구가 나타난다. 친구가 뻗은 손을 잡으려는 아이의 얼굴에 한층 높아진 의지의 빛이 엿보인다. 이제 아이는 친구와 함께 서로 조율해가며 균형을 잡는다. 천천히 너무 서두르지 않고. 그러다가 실수를 할 때면 서로 원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발, 또 한 발 함께 시작한다.

 

다양한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탑을 쌓은 마지막 장면은 서로 의지하여 자기 자신의 균형을, 사람들과 관계의 균형을, 조화로운 사회의 균형을 만들어낸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혼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고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 친구와 함께,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서로 조율하며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균형을 맞추어 나간다. 내가 엮어나가는 관계와 시간이 쌓여 내 마음 안에서도 이렇게 멋지게 균형 잡힌 탑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나는 이대로의 편안함과 새로운 것을 향한 두려움 사이에서, 관계에서 오는 미움과 애정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상반된 생각과 감정들을 외줄타기 하듯 혼자 감당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에 신경을 쏟고 나 혼자만의 균형을 찾는데 집중한 나머지 주위에서 뻗어오는 손을 보지 못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여유 있게 나의 흔들림에 눈 맞추고 귀 기울여주는 사람과 함께 조율해나가며 멋들어진 순간을 더 많이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는 불안정함에서 시작된다. 그 불안정한 아슬아슬함이 새로운 가슴 뛰는 경험이 시작될 조짐일 것이다. 그 긴장되는 순간에 서로에게 눈을 떼지 않고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을게.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우리 함께 맞추어 나가자.

 

 

 글을 써주신 주채영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8/04/23 [15:18]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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