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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씨의 의자
노인경 그림책 / 문학동네어린이/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염은희 회원
 
디지털광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곰씨의 표정이 왠지 어색해 보인다. 곰씨의 양 옆에서 깔깔대며 즐겁게 나뒹구는 토끼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문득 곰씨의 속사정이 궁금해진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다양한 수풀들 속 한 편에 비어있는 긴 의자와 태양이 내리쬐는 모습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곰씨는 이런 곳에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시를 읽기를 좋아한다  

 

▲ 곰씨의 의자     ©디지털광진

곰씨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이 시간 속에 탐험가 토끼가 등장하고 곰씨는 주저 없이 친절을 베푼다. 긴 의자의 양쪽에 서로 앉아서 같이 차를 나눠 마시며 토끼가 경험한 세계여행의 이야기를 듣는 새로운 즐거움에 곰씨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슬픔에 잠긴 댄서토끼의 등장에 이번에는 탐험가 토끼가 나서서 위로해준다.

 

탐험가 토끼와 댄서토끼는 커플이 되어 춤을 추고 이런 모습을 곰씨는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결혼도 축하해주었다. 아기토끼들이 한두 명씩 태어나고 옛 친구를 찾아오듯이 곰씨를 찾아오면서 곰씨의 평화로운 행복은 조금씩 불편해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지만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로 토끼부부의 아이들은 곰씨 의자를 놀이터로 여기고 곰씨와도 놀이친구로 지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곰씨의 의자가 꽉 찰만큼 아이토끼들이 많아지고, 곰씨는 의자 끝자락에 그저 엉덩이만을 기댄 채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토끼 가족의 행복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계속 불편해 보이는 곰씨의 얼굴을 보면서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드디어 토끼가족에게 곰씨는 속마음을 애기하려고 한다. 뚝뚝 떨어지는 곰씨의 땀방울을 보며 얼마나 그 순간이 긴장될지 차라리 그냥 말해버리라 애기하고 싶지만 곰씨는 속앓이를 할 뿐이다. 그저 토끼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곰씨의 의자를 피해 가길 바라며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결국은 감기로 쓰러지고 만다. 드디어 곰씨의 친절함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토끼가족의 돌봄 속에 기운을 차린 곰씨는 드디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 한다. 그마저도 작은 목소리로. 온 몸의 힘을 다 써버려야 할 만큼 긴장한 상태로 용기내서 한 말 덕분에 토끼가족의 공감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서 곰씨는 긴 휴식을 마치고 의자에서 숲으로 즐거움의 공간을 넓혀나간다.

 

곰씨는 친절하다. 하지만 곰씨의 친절함은 사생활이 보장된 안에서의 친절함이다. 자신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주변의 사람들로 더 없이 친절한 곰이라는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 하늘을 보며 울부짖었지만 이 순간이 어쩌면 친절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아마 더 일찍 토끼가족에게 자신의 불편함을 애기했더라면 서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을 수도 있다.

 

사실 곰씨의 의자는 곰씨 만의 것은 아니다. 누구나 오가다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공공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곰씨는 자신의 일상을 침해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자리를 피하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순수함이 배제된 친절을 보이면서까지 그는 일상의 장소를 지키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행동은 어쩌면 이기적인 친절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곰씨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것은 어쩌면 곰씨의 일상이 누구나 평범하게 누리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한 것이든 아니든 친절을 베푸는 것은 긍정적 행위다. 친절을 받는 상대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베푸는 행위자와 받는 자 간의 적절한 선을 지킨다면 곰씨의 의자에서 곰씨도 토끼가족도 서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적절한 선은 배려라는 이타심과 대화라는 공감으로 배워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써주신 염은희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11/15 [17:13]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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