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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안가태평을 비나이다.
 
홍진기   기사입력  2001/02/25 [03:43]
능동 치성당 동제. 옛날 우리 조상들은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음력 2월과 추수가 끝나는 음력 10월이 되면 초하룻날 온 동네 사람들이 사당에 모여 동제를 지냈다. 아침부터 모인 사람들은 쌀을 내어 떡을 만들고 돼지도 잡고 온갖 과일과 전을 만들어 올려놓고 한해농사가 풍년이 들고 마을사람들이 건강하고 이웃 간에 화목하기를 기원하였다. 하지만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공동체의식의 약화와 더불어 시골에서도 동제를 지내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동제를 지내는 동네가 우리 광진구에 있어 찾아보았다.(사진은 23일 열린 능동 치성당 시제 모습. 뒤로 서울시 보호수인 수령 500년의 치성당 향나무가 보인다)

수백년 이어온 전통을 오늘에 살리는 능동 치성당 시제
능동은 우리 광진구에서도 토박이들이 많이 거주하고 마을 공동체의식이 높기로 유명한 동이다. 토박이들로만 구성된 능동청년회가 아직도 능동의 경조사나 마을일을 공동으로 행하기도 하는 서울에서도 드문 동이다. 23일 오후 능동에서는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잇고 마을의 발전과 마을사람들의 복을 기원하는 동제가 치성당에서 열렸다.

치성당에는 사당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작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이 500년이 넘은 향나무가 있어 능동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곳이다. 능동에서는 동제를 시제 또는 치성이라고 부르며 동제는 능동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마을 주민들이 함께 지낸다.

눈이 오는 날씨 속에 진행된 올해 동제는 영자(靈子.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마을에서 존경받는 어른 중에서 선정) 최관식(79세)씨가 제주를 맡았고 정성화 능동동장과 능동주민 10여명이 참석하여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올해로 7년째 영자를 맡고있는 최관식씨는 시제는 도당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축원을 비는 행사로 동네 평안하고 마을사람들이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해 주십사 하고 비는 제사입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아침부터 쌀을 쪄서 떡도 만들고 제수를 준비하면서 하루종일 잔치분위기였습니다.라며 옛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시제에 함께 참가한 능동 정성화 동장은 능동은 여러모로 공동체의식이 살아있는 동네입니다. 현대 문화가 발달하면서 잊혀져 가는 동제를 오늘날에도 이어가고 있으며 이웃 간의 정도 깊어 정말 좋은 곳입니다라며 이러한 동제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시제를 마친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아 옛날을 회상하고 동네일을 의논하며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고 제사에 올려졌던 떡 등 음식물을 동네 경로당에 전달하였다.

능동 관련기사 :
서울 인사이드 -- 광진구 능동마을(1997년 12월 10일자 조선일보)



치성당 시제는 봄, 가을 연 2회 열린다. 시자가 제삿상에 물을 올리는 장면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복을 비는 소지를 하는 모습. 오른쪽이
영자인 최관식씨이고 왼쪽이 능동 정성화 동장




능동 치성당 향나무. 능동동사무소 뒷편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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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1/02/25 [03:43]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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