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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이사
보탄 야스요시 글,그림/김영순 옮김/문학과지성사/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신혜선 회원
 
디지털광진
 

 

임금님은 왜 수레마다 그득그득 짐을 싣고 이사를 가게 되었을까?

 

임금님은 부끄럼이 많아 명령을 내릴 때에도 말끝을 흐리고 자리를 뜨곤 한다. 여섯 친구들은 덤벙대는 바람에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 한 채로 일처리를 하느라 크고 작은 사고를 쳐댄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한 임금님은 친구들이 좁은 침대에서 자는 게 안타까워서 ‘큰 침대를 만들라’고 명한다. 친구들은 임금님이 더 큰 침대를 원하는 줄로만 알고, 성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 할 정도로 크고 훌륭한 침대를 만든다. 그래서 커다란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더 큰 성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 임금님의 이사     © 디지털광진

이사하는 중에도 엉뚱한 일은 계속된다. 친구들이 해결해 놓은 이러저러한 일의 결과를 보고 임금님은 매번 깜짝 놀라기는 하지만, 결과에는 만족해한다. 그러나 새로운 성에 도착했을 때는 그 많던 짐 중에서 임금님이 쓰던 침대 딱 하나만 남아있었고, 빈 수레만 줄줄이 따라왔다. 결국 임금님과 친구들은 한 침대에서 바짝바짝 붙어서 잠이 든다. 너무 커서 성문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던 그 훌륭한 침대도 이미 사슴을 위해 강에 던져졌고, 친구들은 처음보다 더 비좁은 상태로 잠들어야 했다. 이럴 거면 이사는 왜 왔는지 모르겠다.

 

물론 처음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을 땐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마음씨 좋은 임금님과 덤벙대는 친구들이 새로운 성으로 이사 오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보면, 이사 그 자체보다는 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이 성 안에서 비좁은 침대 문제를 해결했다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테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웃의 사정은 살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임금님과 친구들은 도움이 필요한 염소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주었고, 도움을 받은 오두막집에서는 함께 빗방울 멜로디를 즐길 수 있었다. 삭막한 마을에서는 엉뚱하게도 조각상에게 옷을 입히면서 축제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닫힌 문을 활짝 열고 나와 함께 즐겼다. 그득했던 수레안의 짐은 점점 줄어갔고, 남은 짐마저도 엄마사슴과 아이사슴을 위해 강에 내던져졌다. 이사하느라 피곤한 임금님이 자신의 침대에서 졸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침대 하나는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임금님과 친구들 사이에 말이 안 통해서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답답했다. 그런데 이사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부끄러워 말끝을 흐리는 임금님을 위해 친구들은 다시 찾아가 묻지 않았고, 처리해 놓은 결과가 다소 엉뚱해도 임금님은 나무라지 않았다. 친구들은 임금님을 잘 알기에 엉뚱하게 일처리를 하면서도 주변에 나누고 베풀 수 있었고, 친구들이 저지른 실수는 오히려 더 큰 나눔으로 즐거움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임금님은 신하들을 친구들이라고 부르나보다.

 

임금님과 친구들은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이 서로서로 닮았다. 그래서 수직관계인 임금과 신하 사이의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침대에 낑겨 동그란 머리만 내놓고 잠든 일곱 명은, 많은 일을 함께 치르고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임금님의 이삿짐은 네 바퀴 수레에 담긴 채 줄줄이 줄줄이 이어진다.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잘 몰랐던 물건들이 꺼내어 쌓아놓고 보니 지나치게 많다. 임금님과 친구들은 이사 가는 길에 그 많던 짐을 서서히 비울 줄도 안다. 탈권위, 나눔과 비움을 실천하는 임금님과 친구들이 앞으로는 대화로 소통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길 바란다.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07/18 [09:43]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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