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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라 페냐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그림 /비룡소/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최미정
 
디지털광진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와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할머니와 아이가 눈에 띄는 책표지다.

 

▲ 행복을 나르는 버스 표지     © 디지털광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 할머니와 길을 나서는 시제이는 옷을 젖게 만드는 비가 왜 많이 내리는 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친구를 보고 버스를 타야하는 자기는 왜 자동차가 없는지, 예배가 끝나면 왜 친구들은 가지 않는 그곳에 항상 가야하는지, 검은 안경을 쓴 아저씨는 왜 보지 못하는지, 버스에 탄 형들처럼 최신기계로 음악을 듣고 싶은데 왜 그럴 수 없는지, 그리고 마켓거리는 왜 맨날 지저분한지 등을 끊임없이 할머니에게 질문한다.

 

할머니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지혜롭고 풍부한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을 가득 담아 시제이의 질문에 답해준다. 할머니는 나무도 목이 마르니 빨대로 비를 쭉쭉 빨아들여야하고, 마술을 보여주는 데니스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불 뿜는 악어버스가 있으니 자동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배 후에 가는 곳에서 보보나 선글라스 낀 남자와 트릭시의 새 모자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을 안타까워하고, 세상은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시제이가 느끼도록 해준다, 최신기계로만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짜 음악을 듣게 해주며, 더러운 거리를 무심코 지나치느라 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할머니와 시제이가 마술을 보여주는 버스기사의 이름도 알고 있고 승객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것을 보면 무료급식소에 가는 일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상 속에서 할머니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의 자세와 가치를 설교나 꾸짖음이 아닌 대화를 통해 공유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시적인 불편함보다는 주변의 절실함을 먼저 돌아보게 하고, 물질적 가난보다는 정신적 가난을 더 염려한다. 가지고 있지 않음보다 필요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따뜻한 만남을 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눈다.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마법 같은 꿈을 꾼 시제이에게 할머니는 조용히 시제이 손에 있는 동전에 눈길을 주어 시제이가 연주하는 아저씨의 모자에 동전을 넣게 한다. 시제이가 지저분하고 가난해 보이는 거리를 보며 투덜댈 때 할머니는 그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무료급식소에서 낯익은 얼굴을 본 시제이가 그곳에 오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할머니의 미소를 기대하지만 할머니가 웃지 않는 것을 보면, 할머니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할머니가 웃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시제이가 봉사를 하는 것을 함께 하는 행복이 아닌 우월감으로 받아들이고, 가난과 다름에 대해 편견을 가질까 하는 걱정 때문인 듯하다.

 

그림은 다른 피부색과 체형을 가진 사람들, 다양한 세대들, 다양한 환경과 삶의 모습 속에 경사진 도로, 장애인표지, 맹인, 맹인안내견, 문신한 남자, 쓰레기, 철조망, 그래피티와 휠체어를 타는 사람, 쇼핑카트를 끄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무료급식소를 이야기 속 평범한 일상으로 들여놓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은 일상에서 겪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차별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콜라주기법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화사한 느낌의 그림과 이야기는 행복과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 다양함과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것들을 실천하는 나눔 그리고 그 모두를 다 담아낸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할머니와 손자인 시제이의 일상과 대화 속에 담아냈다. 버스를 타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과 감사함으로 이어지는 조금은 특별한 그림책이다.

 

 

 글을 써주신 최미정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04/19 [10:11]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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