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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엑스
노인경 글, 그림 / 문학동네 /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신혜선
 
디지털광진
 

 분홍색 실로 올올이 둘러싸여 둥근 모양을 이룬 도시 '올'에서는 자신들의 도시가 가장 안전하고 세련된 곳임을 강조한다. 접시모양 위성이 달린 도시 올의 외관은 동물들이 뛰노는 바깥 숲과는 너무나 이질적이다. 거리마다 스피커에서는 도시 ‘올’이 완벽한 곳이라는 찬가가 흘러나온다. 이 도시에 사는 고슴도치들에게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는 가시를 부드럽게 가꾸는 것이다.

 

▲ 고슴도치 엑스     © 디지털광진

고슴도치들은 거리에서 줄 맞춰 우아하고 안전하게 걸어야 한다. 도시 곳곳엔 감시하는 눈동자가 충혈된 채로 내려다보고 있다. 도시는 가시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기반시설과 제품들로 넘쳐난다.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가시 검사를 받는데, 1차 검사에서 탈락하면 추가로 정밀검사를 받은 후 뾰족 가시 개수에 따라 ‘교양 있는 가시’ 교육을 받아야 된다.

 

1차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아이들은 가시를 부드럽게 가꾸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교문 검사에서 탈락한 것이 부끄러운 고슴도치가 있는가 하면, 화가 나서 더 많은 가시를 곤두세우는 고슴도치도 있다. 학교 안에서는 팽이, 화살, 새총과 같은 뾰족한 장난감은 모두 금지되고 교장선생님은 오로지 품위 유지만을 강조한다.

 

요즘도 우리 아이들은 교복 치마길이, 혹은 바지통 때문에 교문 앞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벌점을 받거나, 그에 준하는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혹은 최신유행을 따라하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이 획일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어른들과 부딪히는 상황을 그림책「고슴도치 엑스」는 가시검사로 그려냈다. 엑스는 규칙에 따라 매일 ‘가시부드럽게’ 비누로 목욕을 하긴 하지만 두세 개의 솟아 오른 가시가 자랑스럽고, 힘차게 뛰노는 것을 좋아한다. 가시검사에서 친구와 함께 동반 불합격된 것을 기뻐하고, 멋진 것과 좋아하는 것에 따라 행동한다. 친구들에게서 한심하다는 말을 듣고 벌 청소를 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아이다.

 

엑스가 청소하러 간 학교도서관에는 ‘부드러운 가시’, ‘착한 아이’ 와 같은 도시 ‘올’이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의 책들로 가득하다. 그 많은 책 가운데 유독 엑스의 눈에 띈 것은 초록색 실로 꽁꽁 싸매 아무도 읽지 못하게 해놓은 한 권의 책이었다. 엑스는 책을 왜 그렇게 해 놓았는지 궁금해서 몰래 읽는다. 그리고 고슴도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뾰족 가시를 세우는 훈련을 하고 또 한 후 준비가 되었을 때, 꾀를 내어 도시를 탈출한다. 더 이상 도시 안에서의 삶이 의미가 없기에 도시 밖으로 나간 것이다. 콧속으로 들어온 찬 공기가 낯설고, 발바닥에 닿는 흙은 축축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 숲 속에서 엑스는 고슴도치의 삶을 살아가려한다.

 

엑스는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냈다. 숲속에서 진짜 고슴도치로 살다보면 자유로운 삶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그때는 도시로 돌아와 변화를 시도해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숲으로 갈 수도 있다.

 

앞표지에는 「고스도치 ×」라는 제목 한 글자 한 글자에 뾰족한 부분을 강조해서 그려놓았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앉아있는 엑스의 모습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다. 우리 아이들도 엑스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02/16 [09:28]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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