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큰 뿔, 따뜻한 눈,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슴 품에 한 아이가 팔베개를 베고 잠들어 있다. ‘혼자가 아닌 날’ 이라는 커다란 제목 때문인지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제법 두께가 있는 이 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이의 외로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행복감,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까지 그림에 잘 표현되어 있어 글을 읽는 것보다 더 깊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한자녀 정책 영향으로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외로움과 혼자 버스에 남아 3시간만에 집을 찾아갔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엄마의 출근 후 굳게 닫힌 문. 그 문 앞에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 아이는 언제나 그랬다는 듯 홀로 텔레비전을 보고, 장난감과 집안의 물건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역할놀이를 한다. 그러다 앨범을 꺼내본다. 할머니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본 아이는 혼자서 할머니를 찾아간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에. 아이가 나온 거리는 쓸쓸하다. 걸어가는 길에 마주친 청소하는 할아버지, 장사하는 아주머니, 그리고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없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 틈에 끼어 아이는 버스를 탄다. 차창 밖의 낯선 모습을 보며 긴장하던 아이는 깜빡 잠이 든다. 그리고 혼자 남았음을 알았을 때 급하게 내린다. 아주 낯선 곳에.
회사에서 돌아온 부모님은 ‘할머니 만나러 감’이라고 적혀 있는 아이의 쪽지를 보고 할머니 집으로 달려간다.
두려움에 어찌할 줄 모르던 아이는 낯선 숲 속에서 커다란 뿔을 가진 사슴을 만난다. 사슴은 엄마의 품을 대신해 주고 아이의 친구가 되어준다. 사슴을 따라 간 구름나라에서는 또 다른 친구도 만난다. 아이와 친구들은 함께 웃으며 신나게 놀고, 환상적인 모험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혼자 놀 땐 심심해보였던 아이의 표정이 이젠 정말로 즐거워 보인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엄마가 그리워진다. 아이의 마음을 안 사슴은 할머니 집을 찾아 아이를 데려다 준다. 아이는 두렵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주었던 사슴을 마주보며 꼭 다시 만나자는 듯 눈빛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사슴을 꼭 안아준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사슴과 헤어지고 엄마 품에 안긴다.
혼자가 아닌 하루를 보낸 아이는 웃으며 잠이 든다. 아이의 작은 손에는 아이가 늘 가지고 놀던 사슴인형이 꼭 쥐어져 있다.
나는 ‘혼자’라는 단어가 아니 상황이 지금도 무섭다. 아무도 없는 집에 늦게까지 혼자만 조용히 있을 때면 혼자 견뎌야만 하는 외로움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 속의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잘 만들어간 것 같다. 혼자라고 느껴지던 두려움을 자신과 늘 가까이 있던 존재와 함께 하며 혼자가 아닌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책을 보는 동안 목탄느낌의 흑백으로만 그려진 그림의 이야기가 따뜻한 질감으로 다가왔다. 나도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가슴속 두려움은 점점 사라지고 포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구름위에 누웠을 때 아이 얼굴처럼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지금, 이젠 혼자 있을 때도 외롭지 않고 아이처럼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해서 걱정인 부모님, 혼자여서 외롭다고 느끼는 아이들과 어른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책이다.
글을 써주신 박영미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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