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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쥐와 할아버지
이상교 글, 김세현 그림 / 봄봄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신혜선
 
디지털광진
 

외딴 마을 외딴집에 늙은 쥐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추운 겨울 날 먹을 것을 간신히 구해 먹고 살았고, 늙은 쥐는 할아버지가 구해온 것을 훔쳐 먹으며 살았다. 한집에서 살지만 각자 살아가는 이 둘은 외로운 존재다. 책을 펼치면 왼쪽 면은 늙은 쥐의 자리이고, 오른쪽 면은 할아버지의 공간이다. 접힘 면을 중심으로 각자의 공간에 머물러 있다.

 

▲ 늙은 쥐와 할아버지     © 디지털광진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병든 쥐를 데려와서 먹을 것을 주며 빨리 나으라고 한다. 늙은 쥐는 그것을 보고는 위협을 느낀다. 더 이상 자신이 훔쳐 먹을 것이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래서 병든 쥐를 쫓아내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것은 병든 쥐가 아니라 실장갑이었다. 할아버지가 눈이 어두워 병든 쥐로 착각한 것 같았다. 늙은 쥐 자신도 그렇게 알았을 정도니 둘은 정말 많이 닮았다. 늙은 쥐는 실장갑을 내다 버리고 병든 쥐의 자리를 차지한다. 할아버지의 공간인 오른쪽 화면으로 넘어와 병든 쥐 행세를 하며 할아버지가 구해오는 먹이를 받아먹었다. 늙은 쥐의 털은 매끄러워지고, 눈빛은 맑아졌다. 할아버지의 볼도 퉁퉁해지고, 이마는 불그레해졌다. 기분이 좋아진 늙은 쥐는 찍찍찍 노래를 불렀고, 할아버지는 기뻐서 큰소리로 웃었다.

 

처음 각자의 공간에서 굳어져 있던 표정은 사라지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차갑던 바람은 따뜻해졌고, 얼었던 시냇물도 녹았다. 할아버지가 한 팔로 머리를 괴고 누워 늙은 쥐를 쓰다듬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 꽃잎이 날아든다. 봄이 온 것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나란히 앉아 바라보는 늙은 쥐와 할아버지는 행복해 보인다.

 

이 이야기는 앞면지의 눈발이 휘날리는 싸늘한 겨울날 시작해서 뒷면지의 풀잎이 날리는 봄날 끝난다. 눈은 흐리멍덩하고 털도 꺼칠하던 늙은 쥐와 볼이 축 늘어지고 얼굴은 누렇던 할아버지의 겨울날 추위는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외로움의 무게였다. 할아버지가 병든 쥐를 데려다 놓았을 때 늙은 쥐는 위기를 느꼈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늙은 쥐를 위해 그리했을 거라 생각해 보았다. 할아버지와 늙은 쥐 둘 다를 위해서 말이다.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늙은 쥐를 가까이 오게 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기지를 발휘했다. 쥐처럼 보이는 물건을 가져다 놓고, 병든 쥐를 간호하는 것처럼 먹이를 주면서 구멍속의 늙은 쥐가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할아버지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고 몸소 보여주면서... 외딴 오두막에서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쥐구멍에서 나오지 않는 늙은 쥐의 처지를 누구보다 더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음식을 훔쳐만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늙은 쥐의 처지를... 할아버지는 먼저 손 내밀고 행동할 수 있는 현명한 어른이다. 같이 사는 세상이 가치 있는 삶으로 이어질 때 이 세상엔 봄날이 온다는 따뜻한 결말이 포근하게 와 닿는 그림책이다.

 

 

동시, 동화를 쓰는 이상교 작가는 노년의 외로움을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으로 달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세현 작가는 여백을 많이 두어 늙은 쥐와 할아버지의 사이를 더 멀게 느껴지게 하였고, 수묵담채로 그린 인물은 담백하면서도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 꽃잎이 날아드는 것으로 곁들인 노란색은 다음 장의 전체 화면에 펼쳐진 화사한 들판으로 이어져 봄날의 따스함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12/16 [08:58]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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