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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의 꿈
이청준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주채영 회원
 
디지털광진
 

생김새가 우람한 아이의 양쪽 어깨에 커다란 날개가 솟아 있는 그림이 이 책의 표지를 채우고 있다. 기운이 넘치는 얼굴에 당당한 날개까지 달고 있기 때문인지 아이에게서 신성함이 느껴진다. 이 아이가 바로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비운의 운명을 겪는 아기장수이다.

 

▲ 아기장수의 꿈     © 디지털광진

면지를 펼치면 능선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험준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주는 산이 그려져 있다. 전설 속의 아기장수는 이렇게 지세 좋은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한다. 이 장엄한 산처럼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이야기가 범상치 않은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면, 노란리본에 날개가 달려 있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날개는 아기장수가 가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천사의 날개처럼 죽은 사람의 영혼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아기장수의 날개처럼 자신의 꿈을 세상에 펼 칠 수 있었던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이청준 선생님이 동화로 쓰셨던 ‘아기장수 전설’을 김세현 화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씻김굿 의미의 그림책으로 다시 펴냈다고 한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슬픔을 응집하여 깊이 있게 표현된 그림들에 감탄하게 되고, 압도당하기도 한다.

 

아기장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옛날, 나라의 조정에 마음씨가 사납고 욕심 많은 신하들이 너무 많아서 백성들 살기가 매우 어려울 때였습니다.”라고.... 아기장수는 옛날부터 우리나라 곳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다. 너무나 힘겹고 살기가 어려웠던 백성들의 염원이 전설에 켜켜이 담겨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되었다. 전설 속에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던 아기장수의 날개가 있었고, 현재에는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을 세월호의 수많은 아까운 목숨들이 있다.

 

아기장수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촛농이 녹아내리는 형상의 그림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모습은 마지막 면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형상이 허물어져 내리는 그림으로 절망스럽게 표현되었다. 그림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슬픔 뿐 아니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의 횡포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이 시대 수많은 백성들의 한 맺힌 절규까지도 느껴진다.

 

사람들은 아기장수가 조정의 나쁜 사람들을 몰아내고 나라를 편안하게 해주리라는 믿음과 아기장수가 나의 자식으로 태어날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기장수가 태어난다면 이를 두려워하는 거대한 지배 세력의 탄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기장수의 부모는 범상치 않은 자식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날개를 잘라버린다. 날개를 잘라내고서라도 끝까지 내 자식의 안위만은 지켜주고 싶은 부모의 절박한 심정과 자식에게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이 함께 비춰지는 장면이다. 잘려버린 날개를 부활시키기 위한 아기장수의 노력은 지배 세력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부모로 인해 실패하고, 결국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림 속 아기장수의 엄마는 관군들의 협박 속에서 파랗게 질린 얼굴로 일그러져있다. 이 엄마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겹쳐져 내가 아기장수의 부모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부모로서 거대한 권력의 의도를 고분고분 따르면서 아이들의 날개를 펼쳐 주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가르쳐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치려고 할 때, 우리의 두려움과 패배의식이 그 날개를 잘라내지 않도록 이 이야기를 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제대로 읽어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고민하여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는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시대의 불의와 고통을 나누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나간다면 보람과 기쁨 속에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세 가득한 날개를 당당하게 펼 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이렇게 날개를 활짝 펼치는 아기장수들을 집집마다 키워낸다면 우리 세대에서 다음 세대를 이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의 숨은 날개를 걸림돌 없이 순수하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에서야 노란 리본의 수많은 영혼들이 진정으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글을 써주신 주채영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10/17 [16:27]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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