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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풀빛/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김희진
 
디지털광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를 독일그림책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내게 <선녀와 나무꾼>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편한 이야기였다. 특히, 엄마가 된 선녀가 결혼 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하늘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 심지어 엄마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라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선녀가 하늘나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비슷한 상황을 접하며 어릴 때 내가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정서와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림책의 형식을 통해 작가가 풍부하게 담아낸 유럽문화의 전설과 환상의 세계 역시 이 그림책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디지털광진

책 앞표지에는 짙은 색의 프레임 안에 수영팬티를 입고 양 허리에 두 팔을 얹은 채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는 어린 소년의 뒷모습이 보인다. 자기 앞에 펼쳐진 청록빛의 바다를 소년은 한참동안 바라보고 서있었던 듯싶다. 속표지와 이어지는 면에는 고등어 한 마리와 소년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듯 아래를 향하고 있다. 긴장되던 마음은 바로 다음 화면에서 고등어와 함께 어울려 노는 듯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같이 부드러운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 편안해진다. 소년은 말한다.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언제나 잘했다고.’

 

어부인 아빠가 고기 잡으러 멀리 나가면 엄마는 소년에게 바다 밑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어아가씨, 오징어 왕자, 앵무조개 신사, 정어리 거인 등은 무려 7개 쪽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갖가지 모습으로,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소년에게 몰려간다. 환상적인 세계의 존재들이 소년의 꿈에 나타나 뭔가 전할 말이 있는 듯, 혹은 평온히 잠든 소년의 안녕을 지켜주려는 듯하다. 이 기이하고도 흥미로운 존재들을 독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닫기 직전 접혀있던 거대한 면을 펼치면 한 번 더 볼 수 있다. 무려 2미터에 달하는 그 펼침 면의 예상치 못했던 스케일과 작가의 상상력은 이 책을 선택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 되는 법이라며 한 번도 바닷물에 발을 담근 적이 없다는 엄마가 어떻게 바다 속 세계를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 소년은 궁금해 한다. 그 의문은 어느 날 밤 바다표범 가죽을 숨기는 아빠의 수상쩍은 행동을 우연히 목격한 것을 계기로 풀린다. 육지로 올라와 인간으로 사는 바다표범인 셀키의 전설을 엄마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소년은 아빠가 셀키였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바다표범 가죽이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는 잠옷을 벗어놓고 가족을 떠난다. 그제서야 소년도 독자도 엄마가 셀키였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바다표범 가죽을 찾으려고 그토록 매일같이 집안을 샅샅이 청소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선녀의 옷을 숨겼던 나무꾼처럼, 매일 밤 숨바꼭질 하듯 가죽을 옮기며 숨겨야했던 아빠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듯 소년을 오래 꼭 껴안아 주는 것으로 아내가 떠난 슬픔을 대신한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 없이 둘이서 꽤 잘 지낸다. 아마 아빠도 소년도, 고향인 바다가 주는 즐거움과 평화로움을 애써 외면하고 사느라 늘 웃음기 없던 엄마의 깊은 갈망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지 않았을까. 뱃사람으로 바다에서 살아가던 아빠이기에, 또 바다 수영의 즐거움을 엄마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하던 소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제 아내와 엄마를 거쳐 다시 나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문턱에 서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담백한 사랑과,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마음에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먼 바다 쪽에서 해변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아마 그것은 갓 잡은 고등어를 갖다놓는 것으로 가족들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을 전하고 돌아가다 잠시 멈춰 뒤돌아본 엄마 바다표범의 시선에 잡힌 장면일 듯하다. 홀로 바다를 향해 서있는 소년은 아무래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도 역시 뱃사람이 되거나 혹은 바다표범이 될 거라고 담담히 말한다. 그리고 해변 이쪽과 멀리 바다 저쪽 사이에는, 이따금씩 고등어 두 마리가 올려지곤 하는 바다표범 닮은 커다란 바위가 있다. 

 

 글을 써주신 김희진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09/19 [10:23]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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