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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냉 이
권정생 글, 김환영 그림 /사계절/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최미정
 
디지털광진
 

볕에 그을린 아이가 누런 코를 흘리며 막 딴 듯 보이는 강냉이 하나를 땜통머리에 얹고 있다. 손으로 바른 성긴 황토벽을 배경으로 서있는 순박한 아이의 눈동자는 푸른빛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 볼록한 볼에 입을 반쯤 벌린 아이 모습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이야기를 책속에 풀어놓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면지에는 아이가 보았을 깊은 여름 밤하늘과 같은 짙은 푸른빛 밤별 그림이 가슴 서늘하게 펼쳐져 있다. 밤하늘의 깊이와 그것을 보고 있을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푸른빛이 너무 짙어 절로 아득해지게 만든다.

 

▲ 강냉이     © 디지털광진


이야기는 모든 생명을 품고 튼실하게 마을을 지키고 서있는 커다란 나무 주변에 우물과 고만고만한 초가집들이 낮은 언덕에 기대 오종종모여 있는 그림으로 시작한다. 따신 봄볕아래 수수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초가집 담 모퉁이에서 아이는 형과 엄마와 함께 강냉이 알을 심으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강냉이들이 자란 만큼 아이의 정성과 아끼는 마음도 한층 더 깊어지고 아이는 자신만의 강냉이도 점찍어둔다. 열한 밤 자고 나서 모든 걸 버리고 창창 떠난 피난길에서도 아이의 마음은 두고 온 강냉이들에 대한 걱정과 미련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아이의 염원과는 반대로 간절한 희망이던 강냉이들과 튼실했던 나무와 평온했던 초가마을은 전쟁으로 꺾이고 불타 사그라져 버리고, 머리에 강냉이를 얹고 음울하고 황폐한 검은 하늘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굵고 거친 선과 뭉갠 색감의 그림을 통해 강냉이를 생각하는 아이의 설렘 가득한 마음은 정겹고 순박하게, 피난길과 전쟁장면들은 섬뜩한 기운과 형체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가 느꼈을 전쟁은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아이에게 전쟁이란 죽음이나 파괴와 같은 공포가 아니라 아이가 누리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과 꿈꾸던 미래에 대한 박탈과 상실, 그리고 두려움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유난히 강냉이에 집착한다. 아이가 강냉이에 마음을 담았다는 것은 단지 그것이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강냉이는 여유롭거나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어 좋았던 시절,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간절하게 꿈꿀 수 있었던 따뜻한 기억, 함께 있으면 좋은 가족과 소소한 일상으로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는 고향은 강냉이로 다가왔고 전쟁 중에 겪었을 배고픔,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따뜻함에 대한 갈증이 두고 온 강냉이에 대한 애착을 더 강하게 키웠을 것이다. 아이에게 강냉이는 행복한 기억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자 염원인 것이다.

 

아이의 머리에는 아직도 강냉이가 얹혀있지만 따뜻했던 기억과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사라진 듯 그의 눈은 더 이상 푸른빛이 아닌 암울한 검은 빛을 담고 있다. 혹여나 아이가 꿈과 희망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과 두려운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입가에는 희망 빛을 담으려는 선한 미소가 남아있어 안도하게 한다.

 

‘강냉이’는 권정생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 쓴 시로, 스물일곱 살 때인 1964년에 직접 손으로 쓰고 그려서 엮은 시집 「동시 삼베치마」에 실렸다. 김환영 작가는 한·중·일 공동기획으로 출간되는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 열 번째 그림책으로 「강냉이」를 그리면서 권정생 선생님을 이야기 속의 아이로 삼은 듯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목생 형과 고생만 하던 부모님을 그리워했던 마음을 이야기 속에 그려 넣었다.

 

 글을 써주신 최미정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06/17 [10:49]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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