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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별왕 소별왕
한태희 글, 그림/ 한림출판사/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김영희 회원
 
디지털광진
 

태초에 하늘과 땅은 하나였다. 그 혼돈 속에 틈이 생기고 거인 신이 나타나 하늘과 땅을 분리하였다. 그러자 하늘과 땅 사이에 새로운 세상이 생겨났다.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스스로 생명들이 생겨나 살기 시작했지만, 하늘에 해와 달이 둘 씩 있었다고 하니 그 삶이 녹록치 않았음은 분명하다.

 

▲ 대별왕 소별왕     © 디지털광진

우리의 창세 신화는 이렇게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지내고 낮은 뜨겁고 밤은 너무 추워서 동물도 사람도 모두 살기 힘든 세상이었다. 그러니 거인 신은 세상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놓고 싶어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거인 신 천지왕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세상에 내려와 총명아기라는 인간의 여성과 혼인을 한다.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대별이와 소별이다.

 

형제는 고통의 땅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지혜롭고 힘도 세고 무술도 천하제일이었다고 하니 천지왕의 아들들이라 할 만 하다. 아비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어머니는 증표로 지니고 있던 박씨 두 개를 내어 주며 아버지가 천지왕임을 말해 준다. 대별이와 소별이는 박씨 줄기를 따라 길고 힘든 여정을 시작한다. 마침내 하늘나라에 있는 아버지를 만났을 때 천지왕은 형제에게 자신의 아들임을 증명하라고 한다. 우선 살기 힘든 세상을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지도 않게 만들라고.

 

무쇠 활과 화살을 메고 형제는 동쪽과 서쪽으로 가서 뜨는 해 하나와 지는 달 하나씩을 쏘아 떨어뜨렸다. 부서진 조각들은 동쪽하늘과 서쪽하늘에 올라가 수많은 별이 되었고, 그것은 대별이와 소별이가 천지왕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세상이 살만한 곳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인간 세상에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적들의 우두머리 수명장가 있어 사람들의 한숨 소리는 여전했다. 천지왕은 형제에게 그 무리를 없애고 세상을 바로잡으라는 두 번째 소임을 주었다. 형제는 몇날 며칠을 수명장자와 싸워 그를 굴복시켰다. 그러나 수명장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죽는 순간 모기와 파리, 각다귀와 벼룩으로 변해 아직도 사람들에게 피와 음식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형제는 이승과 저승을 다스릴 왕이 되었다. 아버지는 형제에게 작은 나무가 담긴 은 항아리를 하나씩 주면서 꽃을 잘 피우는 사람에게 산 자를 다스리게 하겠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 것은 생명을 키우는 일이고 생명은 세심한 보살핌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니 인간 세상을 돌보는 자의 핵심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두 형제는 정성을 다해 나무를 보살핀다. 그런데 형 대별이의 나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었지만 소별이의 것은 잎만 무성했다. 승부가 난 것 같은 순간 소별이는 형이 잠든 사이에 항아리를 바꾸어 놓고 자신이 이승을 다스리는 왕이 된다. 세상은 그렇게 순식간에 부정한 방법으로 이긴 소별이가 맡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은 여전히 불법과 불의가 판을 치고 있다.

 

신화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동생이 꽃을 바꿔치기 했음을 알면서도 저승으로 가는 대별의 이야기로 끝난다. 그는 왜 세상에 욕망과 편법과 부조리가 퍼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이승을 양보한 것일까? 세상이 완전하지 않음에 대한 신화적 설명인가? 인간의 역사가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이유에 대한 설명 말이다. 아니면 지혜와 생명을 살려내는 능력을 두루 지닌 그가 다스리는 저승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는 아닐까한다. 험난한 여정과 살만한 세상을 향한 치열한 도전을 끝낸 후 가는 그곳에서 상처받은 생명들이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힌다.

 

 

 글을 써주신 김영희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04/19 [09:25]  최종편집: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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