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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엄마 진짜아빠
박연철 글, 그림/ 엔씨소프트/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 신혜선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5/11/27 [12:38]

어렸을 때 나는 나의 진짜엄마 진짜아빠를 찾아서 다리 밑에 가본 적이 있다.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며 놀리는 어느 친척 어른의 장난을 참으로 알고 그랬던 것이다. 멋진 집에 사는 친절한 부모님이 언젠가는 날 데리러 올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가난한 부모님이 싫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무슨 말썽을 부렸던지 아버지한테 진탕 혼이 난 후에도 그랬었다. 그런 생각들을 했다는 것이 죄스러워 입 밖에 내어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연철의「진짜엄마 진짜아빠」속에는 그 옛날 내가 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이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 진짜엄마 진짜아빠     © 디지털광진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들고 간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별’의 왕자님이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왕자님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보던 아이들이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면서 금방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왕자는 우주해적선의 선장 ‘걸리면다주거’를 피해 지금은 잠시 지구별에서 살고 있다. 학교에 가야하고, 말썽을 피우지 말아야 하며,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한다. 잘난 체 하는 녀석에게도 맞서야 하고, 거짓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아이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잘 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짜엄마 진짜아빠인 왕과 왕비가 데리러 올 거라 믿고 참고 기다려보려 한다. 그런데 가짜엄마가 어느 날 뾰족한 칼날 같은 손가락으로 몰아세울 때 아이는 진짜엄마, 아빠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길을 떠난 아이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거짓말쟁이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진짜엄마, 아빠를 보았는지 물어보면서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서 말한다. 시험도 공부도 잔소리도 없는 자신의 별에서는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놀고 싶은 만큼 양껏 놀 수 있단다. 이런 것들을 이해해주는 진짜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을 그대로 드러냈다. 피노키오와 양치기 소년은 아이가 왜 진짜엄마, 아빠를 찾는지는 아랑곳 않고 거짓말쟁이라며 그냥 지나친다. 세 번째로 만난 재단사들은 아이의 행동을 어른의 눈으로 판단하고 환상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올 때임을 알려준다. 아이는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깊은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어둠속에서 울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나타난다. 자신이 진짜 왕자님이란 걸 확인해 줄 진짜엄마, 아빠 말이다.

 

언덕 위의 작은집에서는 노란 불빛이 창문 밖으로 따뜻한 기운을 내뿜으며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작은 집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우주선이 윙~~. 진짜엄마, 아빠가 데리러 온 것인지 아니면 꿈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은 여기서 즐거움을 느끼고 안심을 하게 되니까.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이다. 나무판을 깎고 다듬고 밀어 매끄럽게 만든 후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 이어 붙여 그림의 입체감을 살렸다. 잘린 단면의 나이테가 까끌까끌해 보여 한 번 더 만져보게 된다. 나뭇결과 옹이 진 마디는 그 자체로 그림이다. 엄마치마에 딱 맞는 나무 조각을 찾기 위해 제주도까지 날아갔다던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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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7 [12:38]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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