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중곡1동을 시작으로 광진구 15개 동을 순회하면서 1개월 동안 진행되었던 민원보고회가 9월 20일 광장동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민선8기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동 순회 민원보고회는 김경호 구청장과 주민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로 이어지며 소통의 한 전형을 만들었다. 하지만 몇 가지 개선할 과제도 눈에 띄었다. 동 민원보고회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 보았다.
쓰레기, 주차문제 해결, 재개발, 재건축 요구 가장 많아.
기자는 15개동 전체의 민원보고회에 참석하였다. ‘소통하며 발전하는 행복광진’을 슬로건으로 내건 민선8기 광진구가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궁금했고, 각 동의 민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민원은 쓰레기와 주차문제가 단연 많았으며, 도시계획과 관련된 질문이나 종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러 동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소음문제, 공중선 정비, 폭설대비 급경사지 열선설치, 수해방지 대책, 교통신호 개편 등도 자주 민원으로 등장했다. 쓰레기나 주차문제는 광진구 대부분 지역에서 제기되는 민원으로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문제기도 하다. 그 만큼 쉽지 않은 과제라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서울시의 결정이 중요한 만큼 쉽게 답변하기 힘든 문제였다.
동 업무보고회를 지켜보면서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경호 구청장이 비교적 각 동의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전에 동 주민센터와의 교감도 있었겠지만 개인의 노력과 오랜 공직생활 경험, 그리고 광진구부구청장을 지낸 것도 각 동의 현안파악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주민들의 이러한 민원에 대해 김경호 구청장은 구에서 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민원은 즉석에서 시기까지 특정하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 놓았다. 쓰레기 문제는 장기적 과제지만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했고 주차문제는 학교 등 공공시설 활용이나 도시계획의 신속한 추진으로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내 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종 시설물 설치요구, 환경정비 등은 가능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나치게 개인적인 민원이나 실행이 어려운 민원은 솔직하게 어렵다며 민원인을 다독이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민원보고회를 마쳤다.
민원보고회가 끝난 후 진행된 민생현장 방문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경호 구청장은 동 민원보고회가 끝난 후 복지시설이나 경로당 등을 방문해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으며, 배식봉사, 음식물 조리 등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시설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들도 정리된 ‘민원’과 정치적 발언 자제, 축사 대상과 시간은 조정 필요
전반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된 민원보고회였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주민들도 민원을 말할 때 정리해 말할 필요가 있다. 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정리해 요점만 간략하게 얘기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정리되지 않은 발언을 중언부언하며 장시간 질문을 하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또, 공개적으로 개인적인 특혜를 요구하는 민원도 있었다. 향후 이러한 행사를 앞두고 동에서 행사를 홍보하며 초청장을 보낼 때 민원을 발표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설명해주고 개인적인 민원은 자세해 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부 동에서 있었던 참가 인사들의 정치적인 발언은 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다. 민원보고회 자리에서 특정 정당의 의원들을 비난하는 모습은 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
지역정치인들의 축사는 행사 때마다 반복되어 온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로 주민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동민들이 모인 자리에 서면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주민들의 피로감이다. 어느 동의 경우 다수의 정치인이 축사를 하면서 30분가량의 상당한 시간이 축사에 할애되었고 주민과의 대화시간이 줄어들기도 했다. 이럴 때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야?’라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아는 다수의 정치인들은 비교적 짧게 인사말을 끝냈지만 몇몇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설명하느라 5분 내외의 긴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축사인원은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그리고 일정시간을 할애해주고 시간을 초과할 경우 공개적으로 주의를 주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도 가급적이면 발언할 내용을 미리 정리하고 연습해 효율적인 축사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민원보고회라면 민원과 관련된 내용을 넣는 등의 시의적절한 축사가 호응을 얻을 것이다.
이번 동 업무보고회 기간 동안 내빈축사는 뒤로 갈수록 점점 짧아졌고 축사인원도 줄었다. 어떤 동에서는 동민대표가 축사를 하기도 했다. 내용을 떠나 천편일률적인 정치인 중심의 축사에서 벗어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김경호 구청장 ‘의료복합단지’ 관련 발언 등 논란. 명칭 변경도 고민해야
김경호 구청장은 민원보고회 동안 민원에 대해 비교적 합리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기며 반발을 부른 발언도 일부 있었다.
중곡3동민원보고회에서 김경호 구청장은 지구단위계획 관련 답변을 하면서 종합의료복합단지와 관련해 “보건복지행정타운 유치를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포천이나 긴고랑길로 옮겼어야 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한 주민은 민원보고회가 끝난 후 기자에게 “당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갈등조정위원회를 거쳐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8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신축을 결정했고 종합의료복합단지는 현재 중곡동의 랜드마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적으로 이전하는 게 옳았다는 구청장의 표현은 갈등조정위원회의 치열한 논의과정과 신축을 찬성한 주민들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며 구청장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양1동에서의 도시계획 관련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경호 구청장은 성동이나 송파에 비해 광진구의 도시계획이 뒤쳐졌다는 주민의 말에 답변하면서 “그 동안 왜 가만히 있었나. 행정이 잘못한 것이다. 그냥 놔둔 것이다.”면서 “일부 정치세력들이 ‘개발을 하면 우리 편이 떠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도시계획이) 제대로 되겠는가.”라며 일부 정치세력이 선거를 위해 광진구의 도시계획을 일부러 지체시켰다는 발언을 했다. 일부정치세력은 민주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 민주당 인사는 민원보고회가 끝난 후 “민주당이 광진구에서 최근까지 구청장을 맡은 것은 사실이고 도시계획이 지체된 책임을 묻는다면 모르겠지만 선거를 위해 일부터 개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술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을 다른 자리도 아닌 민원보고회에서 상대 당을 매도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다.”며 김경호 구청장을 비판했다.
끝으로 이런 형식의 동 순회 행사가 이후에도 열린다면 민원보고회 명칭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 동안 광진구가 연초에 진행했던 동 순회행사는 ‘업무보고회’였다. 동장이 업무를 보고하고 구청장이 구정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보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민원보고회라는 명칭은 어딘가 어색하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동장이 지역의 주요민원을 구청장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있지만 이 행사는 어디까지나 민원을 주제로 한 주민들과 구청장의 대화에 중점을 둔 행사다. 주민들이 구청장에게 민원해결을 요청하는 자리지만 보고한다고 하기엔 어색하다. 구정의 주인이 구민이라는 것과도 어긋난다. 구청장이 주민들의 민원을 ‘경청’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는 자리라면 그에 걸 맞는 명칭이 필요할 전망이다.
민선8기 첫 민원보고회는 이렇게 대 단원의 막을 내렸다. 긍정적인 요소는 계승하고 부정적인 요소는 개선이 필요하다. 새롭게 시도된 민원보고회가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발전한 행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