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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성영란 지음/ 반달 /어린이책시민연대 박경례 회원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21/05/21 [09:30]

갑자기 코로나가 시작되고 이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작년, 초여름의 어느 날.

한낮에 해는 밝고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명쾌하니 좋은 날이었다. 가벼이 발걸음을 떼는데 동네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동네는 낯설고 괴이한 공포감이 느껴졌다. 왜 이러지 오늘따라 이상하네..... 텅 빈 듯 한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 어떤 날  © 디지털광진

노란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엄마!’라고 외치고 있다. 대답이 없다. 연달아 언니’, ‘할머니를 불러보지만 역시나 답이 없다.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집을 나와 친구를 찾아 나선다. 흑백으로 그려진 인적 없는 마을에 뒷짐을 지고 덩실덩실 걸어가고 있는 노란원피스가 무척 흥겨워 보인다. 마치 밝은 햇살 같아 온 동네가 밝아 보인다.

 

아이는 친구 집 대문 앞에서 친구의 이름을 외쳐본다. 친구모습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무서운 강아지가 사납게 짖어댄다. 무서움을 떨쳐보고자 친구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보지만 강아지가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한풀 꺾인 기세에 돌아서는 아이의 발걸음이 아까와는 다르게 무거워 보인다. 다들 어디 간 건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비어있는 그네와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나뭇잎이 시무룩한 아이의 얼굴과 어우러져 아이의 마음에 절로 공감이 가게 만든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네를 타보기도 하고, 있는 힘껏 그네를 뛰어보기도 하고, 빙글빙글 그네를 꼬아서 타보기도 하지만 친구와 함께 할 때만큼 신나지도 않다. 오히려 기운만 낭비한 건지 헛헛한 마음에 친구와 있었던 일을 되돌아본다. 제가 한 행동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닌지 반성도 하고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무시했던 말도 왠지 진짜 같기도 한 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제 아이는 지친 듯 땅바닥에 엎드린다. 정말 심심하다.....

 

영희야!” 누군가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엄마에 이어 친구들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난다. 다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지 당황스럽지만 영희는 제 이름이 불리는 것이 너무 반갑다. 이제 공간은 알록달록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라고 하며 영희의 이상한 어떤 날은 끝이 난다.

 

영희의 이상한 날은 끝이 났지만 나의 이상한 날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콧노래 부르며 덩실덩실 집을 나서던 영희처럼 잠깐이면 끝나리라, 혹은 나와 먼 곳에서 기사정도로 접하고 끝날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상한 날들은 계속되었다. 코로나검사결과를 기다리며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내고 구청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들락거렸으며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집안에 쟁여놓기 시작했다.

 

집에 틀어박혀 확찐자의 삶을 살다 지쳐 홈트족의 대열에 끼어보기도 하고 바깥공기가 그리워 새벽으로 조깅도 해보고 날씨 좋은 날이면 혼자 산을 가기도 하며 거리두기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얼 해도 재미가 없어 축 늘어지던 영희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버티는 건 힘든 일이다. 같이 하면서 생기는 힘, 내가 밀어주기도 하고 다른 이가 끌어주기도 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다른 이들이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에 환한 얼굴로 끝난 영희의 어떤 날처럼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힘들게 버텨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환한 민낯의 얼굴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글을 써주신 박경례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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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21 [09:30]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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