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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휘스카위어 글. 김영진옮김 / 비룡소/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 오노봉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9/06/03 [09:06]

 

주인공 폴레케는 학교 수업 시간에 장래의 직업을 시인이 되겠다고 발표한다. 남자친구 미문은 그런 폴레케에게 우리 문화에서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걸 허용하지 않아라고 쓰인 쪽지를 주며 이별을 선언한다. 화가 난 폴레케는 미문의 나라 문화를 조롱하는 말을 한다. 이 소동으로 인해 폴리케는 담임으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 엄청나게 시끄러운 풀레케 이야기     © 디지털광진

그 일로 폴레케의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서 폴레케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린다. 폴레케의 반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자녀로 차이를 차별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가 배우고 노력해야 할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 과정을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우리 안에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선생님이나 폴레케의 엄마처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왜 문제인지를 설명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미문은 모로코에 정해진 상대가 있어서 폴레케와 사귈 수 없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쉽게 좋아하는 마음을 접지도 못한다. 자기 나라의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부모님의 의사를 거부하기 힘들어하면서도 미문은 용기를 내어 폴레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미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충돌로 인한 갈등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도 여러 고민을 안고 사는 미문들이 존재한다.

 

폴레케는 그런 미문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가 결정하고 선택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슬프고 아픈 마음에도 기다림의 시간은 서로의 감정과 판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기다림을 보았지만 폴레케의 기다림이 특별했던 건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모습과 이별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 때문이었다.

 

아빠와 이혼을 하고 담임선생님과 연애를 하는 엄마, 자신을 시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마약 중독자 아빠, 주변은 온통 답답한 상황들로 가득하지만 폴레케는 이러한 사실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열 한 살짜리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어떻게 든 이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마음이 공감되기보다는 슬프고 안쓰러웠다.

 

아빠를 무척 사랑하는 폴레케는 마약을 파는 건 돈을 벌어 시를 쓰기 위해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해도, 약을 사기 위해 자신에게 돈을 달라고 해도 원망과 비난이 아닌, 있는 그대로 아빠를 받아들였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한 만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던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오는 문화적인 충격도 있었다. 특히 마약을 하는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의 그 마음을 나는 절대 공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런 아빠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더 어려웠다.

 

폴레케를 만나고 나서 편견이라는 작은 통에 담긴 나의 작디작은 생각들을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과 생각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글을 써주신 오노봉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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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3 [09:06]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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