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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공주 학교에 가다&내 멋대로 공주
배빗 콜 글,그림/살림어린이(내 멋대로 공주/비룡소)/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 신혜선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9/04/03 [08:40]

 동화 속 공주들은 왜 왕자와 결혼을 해요?”

 

내가 책읽어주기 활동을 하는 학교에 그림책 <종이봉지공주>를 들고 갔을 때 한 남자 어린이가 던진 첫 마디다. 그래서 종이봉지공주도 왕자와 결혼을 하는지 같이 읽어보자고 말하며 책을 펼쳤던 적이 있다.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맺는 공주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시대에 결혼이 최종 목표인 어린이가 얼마나 있으랴.

 

▲ 내 멋대로 공주 학교에 가다/내 멋대로 공주     © 디지털광진

 

 

<내 멋대로 공주>는 어떤 공주일까? 애완용을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가는 모습이나, 기타와 함께 날아갈 듯 보이는 공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내 멋대로 공주의 부모님은 공주에게 남편감을 찾으라고 하고, 예쁘고 부자인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성 앞엔 왕자들이 줄을 선다. 공주는 그 왕자들 각자에게 적절한 맞춤 과제를 제시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고 성을 떠난다. 공주가 마음을 놓는 것도 잠시, 뺀질이 왕자가 나타나 그 모든 과제를 통과해 버린다. 공주는 어쩔 수 없이 마법의 뽀뽀를 해서 두꺼비로 만들어 버리고서야 비로소 혼자가 된 공주는 행복하게 살게 된다.

 

왕과 왕비는 삶에서 결혼이 최선인 냥 강요하지만, 공주는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다. 왕자와 결혼해서 어른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삶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돌보고, 가꾸고, 일하고 즐기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그런데 내 멋대로 공주가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두기가 불안했을까, 아니면 <내 멋대로 공주>를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작가 배빗 콜은 23년 만에 내 멋대로 공주를 학교에 보내버린다. 얌전하게 구는 법을 배워서 왕자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왕비의 생각도 여전하다. 이번에도 내 멋대로 공주는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지만, 통제와 억압 속에서 똑같은 것만 가르치는 학교 시스템에 자신을 맡기지는 않는다. 혼자만의 방식으로 학교생활을 즐기다보니 친구들도 내 멋대로 공주를 보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욕망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내 멋대로 공주 수업을 다 같이 시작한다.

 

1, 어느 날 나타나 너희들을 구해 줄 왕자나 기사 따윈 기다리지 않는다.

2, 자기 왕국을 직접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3, 강한 힘을 키운다. 이런( 짐승들도 가끔 데리고 다녀야 하니까)

4, 요술 방망이를 좀 더 세게 휘두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5, 모든 규칙을 깬다.

 

그 후로 공주님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확실한 행복을 찾은 내 멋대로 공주와 친구 공주들의 이야기가 맘에 든다. 공주들은 더 이상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왕국을 다스리며 요술방망이를 맘껏 휘두르고 있을 것이다. 공주들이 강한 힘을 키운 덕분에, 왕자들은 힘세고 용감하며,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멋대로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성 밖에서 줄은 섰으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털털거리며 돌아갔던 그 왕자들도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겠지. 공주는 왜 왕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는지 물었던 남자 어린이도 왕자처럼 힘세고 용감해야 공주같이 예쁜 여자를 만날 거라는 부담을 던져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멋대로 공주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규칙을 깨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선택한 것은 혼자만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아니다. 공주들, 왕자들에게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내 멋대로 공주를 20여년 만에 학교로 보낸 작가의 큰 그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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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3 [08:40]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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